최부윤_So Hot!-The Birth of Nine Venuses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각 85×24×19cm_2009
소녀시대가 돌아왔다! 작가 최부윤의「So Hot!」은
아홉 개의 석고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바다거품과 조가비의 속살을 뚫고 나온 우리시대의 비너스,
그들은 다름 아닌 우리시대의 아이돌 '소녀시대'다. 특정 나이군을 지칭하지 않는 광범위한 팬덤을 형성한
우리시대의 아이콘이다. 그들이 고전시대 비너스의 몸을 빌어 현대에 태어난다. 화려한 색감의
스키니진과 플랫 슈즈를 신고 바지 뒷주머니엔 담뱃갑을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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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윤_So Hot! - Venus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115×38×28cm_2009
고전시대의 비너스는 8등신 미녀다. 어느 시대나 미의 전형은 존재했다.
그리스와 로마를 넘어 고딕과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와 로코코, 신고전주의시대를
거쳐 근대적 낭만주의와 모더니즘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시대별 이상적인 미인의 형상을
주형했고, 거기에 따라 옷을 재단해 입혔다. 결국 패션의 역사는 이상적 미의 진화과정과 맞물려 들어가는
역사다. 시대별로 감추고 드러내는 이중의 길항작용을 옷을 통해 표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옷은 가리고 싶은 성감대의 부위에 따라, 과장과 축소를 통해 패션의 유행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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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윤_So Hot! - Slave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120×35×27cm_2009
문제는 이런 변천사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당대의 매스미디어가 미는 절대적 미의 기준을 따라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밀로의 비너스가 8등신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둔부와
가슴선, 전체적인 프로필을 보면 현대적 관점에선 꽤나 건장한 남성적인 몸매를 가진
여성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양식 미술교육을 통해 완벽한 미의 전형이 되어버린
조각품들을 그리면서 서양의 몸과 얼굴에 익숙해진다. 결국 우리의 이성과 감성 속에
일종의 캐논, 미의 전형이 만들어진다. 아시아의 몸과 얼굴은 결코 그 반열에
들지 못한다. 바로 미의 식민주의에 빠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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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윤_So Hot! - Torso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105×46×31cm_2009
서구가 규정한 미의 기준에 맞춰
내 얼굴을 성형하고 고치고, 그들의 시각적
문법에 따라, 육체를 조율한다. 성형수술 시수가 많은 나라와
수술의 방향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페미니스트들의
주장대로 '예쁜것만 살아남고 기억되는 세상'이라 서럽기도 하려니와 그 기준이 우리가
아닌 서구형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이중의 고통이 따른다. 작가 최부윤의 조각은 이런 시각에
찬물을 확 끼얹는다. 석고상의 순백색과 인공적인 패션의 원색, 강렬한 대조가 왠지
우리가 숭상해온 미의기준을 비웃는 것 같다. 의도적으로 더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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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윤_So Hot! - Torso (Slave)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86×30×28cm_2009
매스 미디어에 투영되는 스타들과 유명인사의 몸을
따라 '자신을 개조하고 조형하는' 역사는 오늘날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고대 에트루리아에서도 날씬해 보이기 위해 뼈를 깍아낸 시술을 한 흔적이
있고, 빅토리아 시대에는 19인치의 허리를 갖기 위해 마지막 갈비뼈를 절단하는 수술을 하다
많은 여자들이 죽기도 했다. 성형수술의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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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윤_So Hot! - Torso (Venus)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72×32×30cm_2009
이 글을 쓰면서 행여나 오해가 될까
두렵다. 최부윤의 작품이 소녀시대를 소재로
삼긴 했지만 우리시대 최고의 걸 그룹을 빗대어 비난하거나
그들의 성형논란을 재생산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밝힌다. 우리안에 있는
서구 중심적 사유와 이성의 체계에 따라, 재편된 미의 관점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우연의 산물일 뿐임을
다시 한번 밝혀둔다. 나 또한 윤아의
팬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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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윤展_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_2009
아는 여자 후배녀석이
턱선을 갸름하게 만들고 싶다면
함께 보톡스를 맞다고 한달째 전화중이다.
턱선이 "오빠가 좋아하는 원빈처럼 날씬해진다"며
갖은 유혹을 다하고 있다. 아름다움이란 그것을 버릴 때 완성된다.
코코 샤넬은 '우아함은 거절하는 것'에서 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 평가하는 시선, 기준들 이것부터
행여나 사람의 중심을 보지 못하고 넘어가게
했던 것들이 있었다면 다시 한번
재고해 볼 일이다.
우리안의 탈식민을 위하여
그렇게 작은 것에서 부터 시작할 수 있는
우리가 되야한다. 3.1일 삼일절을 맞아, 우리안의
정신성을 '탈식민'하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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