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필로소피아

패션 큐레이터가 되고 싶다고?

패션 큐레이터 2010. 4. 10. 00:38

 

 

이번 달 월간미술 4월호에 '아트-패션을 초대하다'란에 글이 실렸습니다. 바야흐로 미술과 패션의 콜래보레이션, 협업이 본격적인 진수식을 마쳤습니다. 업종 간 상상력의 교류와 더불어 긴밀한 조율이 필요한 시대죠. 서로의 상상력을 빌려 서로의 영토를 풍성하게 살지우는 지혜를 협업을 통해 얻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학술>코너에 글이 실리다 보니 좀 무겁게 쓴게 걸리긴 하네요. 옷의 다양한 기능, 상징과 은유들 사회 심리적 의미들을 함께 살펴보고 싶었는데 졸고가 된거 같아서 아쉽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 3대 미술잡지에 다 실렸네요. 퍼블릭 아트와 미술세계, 월간미술까지요.

 

최근 패션과 미술의 결합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다 보니, 관련 학과와 의상학과 내 복식 큐레이팅 과정이 생긴다는 말도 도네요. 물론 고무적인 일이고 저로서는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배후의 아쉬운 점을 살피지 않고, 잠깐의 인기에 편승해서 졸속으로 만들어진 학과나 과목이 된다며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모 온라인 대학에서 특강 제의가 있었는데 거절을 했습니다. 저로서는 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강의를 해보면 좋기도 했을텐데, 고민을 했습니다. 패션 큐레이터란 영역이 인기를 끌수도 있고, 지금 인기에 편승해, 사실 좋은 대우를 받았던 것도 인정은 합니다. <샤넬 미술관에 가다>를 쓰고 복식사 분과를 조금 색다르게 풀어냈다는 평가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과분할 정도로 기업체와 미술관 강의를 다녔습니다.

 

미술계에서 과잉공급 상태인 '큐레이터'란 직업. 미술과 석사 과정 마치면 의례 한번쯤 건드는 영역이 된지 오래고, 박봉에 시달리는 데다, 생각하는 바를 큐레이팅 할려면 오랜 외로움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견뎌야 합니다. 이런 현실 인식 없이 <패션미술>이니 <복식 큐레이팅>과정이 생긴다면 저는 솔직히 반대입니다. 패션과 미술의 콜래보레이션이란 토픽이 인기를 끈 덕에 작년 한대 굵직한 패션 관련 전시들이 있었고, 거기에 동참해서 힘을 모았는데요. 그래봐야 일년에 한 두건이 전부입니다. 이런 경향이 지속될지, 아니면 일순간의 인기몰이 과정인 패드로 끝날지는 모를 일입니다.

 

 한국미술시장에서 큐레이터를 하겠다는 사람들은 부지기수고, 수요는 그걸 채우지 못하는 상태에서, 툭하면 '특화된 전문교육'을 운운하며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뽑으면, 이들이 졸업후에 어떻게 되는지는 뻔한 일입니다. 지금도 공급과잉입니다. 미술경영을 공부하는 분들, 적어도 지금 학교에서 교수로 계신 분들, 너무 무책임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한 학과의 졸업생이 사회에 나와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려면, 비전을 불어넣으려면 산업 분과에 대한 전체적인 경제적 조망과 시장 수요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복식사를 연구하고 관련 전시를 도우면서, 전업을 하지 못하고 계속 제 회사를 운영하며 다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할까요? 그만큼 자료 모으고 컬렉팅 하는 비용도 너무 많이 들고, 힘들어서 관두지 못합니다. 그냥 취미니까 하지, 이걸 직업으로 하라고 하면 차라리 모든걸 관두겠습니다. 저는 제 길을 따라오라고 솔직히 말 못하겠습니다. 돈도 안되고, 그냥 옷이 좋아서 할 뿐입니다. 더욱 화나는 건, 현재 무슨 내용을 가지고 수업을 해야 하는지 조차, 그 로드맵도 그리지 못한 상태에서, 잠시 인기를 얻은 '주제'를 전공처럼 말하는 것은 학생들을 위한 길이 못됩니다. 저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