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푸른 바다의 춤-당신을 끌어안기

패션 큐레이터 2007. 3. 17. 21:32

 

 

김정아_White Dance_혼합재료_80×80cm_2004

 

토요일 밤이 저물어 갑니다.

미만한 연두빛과 코발트, 흰색을 머금은 색감들이 도처에서 하나씩 피어나는 봄의 시간.

올해 들어 몇 가지의 계획을 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발레를 다시 배우는 것입니다.

뉴질랜드 시절부터 알음알음, 익혀왔지만, 시간은 흐르고 내 몸 구석구석에는

이미 길들여진 생의 각질들이 생겨나, 혹시나 내 몸으로 들어올 촉감과 생기에 손사래를 칩니다.

 

 

김정아_White Dance_혼합재료_80×80cm_2004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국립 발레단에서 운영하는 발레 클래스를 다닐 생각이에요.

더 늦기 전에 몸 속의 찌든 관성과 생살을 파고 드는 각질을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오늘 소개할 작가는 춤에 대한 사유, 춤을 통한 치유를

평면회화 작업에 끌어들여 치열하게 생각하고 작업하는 분입니다. 김정아라는 작가에요

 

 

김정아_White Dance_혼합재료_90×74cm_2005

 

그녀는 항상 춤이라는 매개를 통해, 신체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임을 표현합니다. 사람의 몸뚱이만큼 회자되는 것도 없고, 그만큼 상품가치가

뛰어나기도 혹은 값싸게 매겨지는 것도 없는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은, 신체는

그 내면의 풍경을 우리가 어떻게 그려가는 가에 따라 순식간에 우아한

영혼을 담은 거푸집이 되기도 하고, 붉은색 식육점의 살점 덩어리가 되기도 하지요

 

 

김정아_Couple-끌어안다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2006

 

우리의 영혼과 육체가 우아한 삶의 거푸집이 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의 육체와 더불어 그것이 껴안을 수 있는 타자의 몸이 함께 존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타자를 소유하기 혹은 소통하기 위해 가장 먼저해야 하는 것이

바로 끌어안는 것이라고, 춤의 테라피로 부터 빌려온 가장 근본적인 가르침을

작가 김정아는 푸른 바다빛 포말 위에 부서지는 육체의 빛깔을 통해 표현합니다.

 

 

김정아_Couple-끌어안다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각 110×60cm_2006

 

"잠깐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열어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

무슨 소리가 들리는가? 마치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는 것처럼 생소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눈가리개를 쓰고 숲 속으로 들어가서 월계수 잎의 냄새를 맡아 보라.

나무의 딱딱한 껍질을 만져 보라. 환한 달빛이 비추는 밖을 거닐어 보라.

따뜻한 모래나 차가운 눈 위를 굴러 보라. 바닷물 속에 몸을 담가 보라. 진흙을 만져 보라.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잔디 위를 걸어 보라.

 

다음 번에 비가 오거든, 옷을 벗어 던진 채 맨몸으로 비를 맞아 보라.

자연 그대로의 그대, 즐거움을 만끽하라. 당신에게서 일어나는 감각을 즐겨라.

육체에 머물라. 육체의 경이로움에 머물라"

 

- 안나 할프린이 쓴 치유예술로서의 춤 Dance as a Healing Art 에서  

 

 

김정아_Couple-끌어안다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각 110×60cm_2006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은연중에 자신을 한탄하며

우리의 육체를 그 비난의 중심으로 끌어당기는데 너무나도 익숙한 것 같습니다.

 

 

김정아_Couple-끌어안다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각 110×60cm_2006

 

생生을 안아도 내 몸은 열리지 않아 비명만 나온다

딱딱해진 혀는 더이상 생의 감미 알 수 없고, 딱딱해진 손은 생生을 어루만질 수 없고

딱딱해진 귀는 생生의 음향 들을 수 없고,

딱딱해진 코는 생生의 체취에 들뜰 수 없다.

 

양선희 시집 '그 인연에 울다' -각질은 무섭다-편

 

봄의 기운이 더욱 완연해지기 전에, 내 몸에 가득한 각질들 지워버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껴안아 주세요. 그리고 이제는 삶의 감각들을 끌어안아 보세요

육체에 머물며 육체의 경이로움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에

이제는 눈을 떠보자구요.

 

스티브 브라카의 Sailing Together를 골랐습니다.

남을 끌어안는 일, 타자를 소중히 하는 일, 이 모든 것들이 저 신의 바다를

함께 항해하는 일임을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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