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마음 미술관

당신을 껴안다-누군가를 품는다는 건

패션 큐레이터 2007. 6. 8. 02:07

 

 
김은영_합체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12×162cm_2005

2005년으로 기억합니다. 파리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습관처럼, 미술관으로 나갔습니다. 약간 편법이긴 하지만 항상 아침에 공항에 도착하는
스케줄을 만드는데요. 어차피 시차에 그리 영향을 받지도 않을 뿐더러
비행기만 타면 편하게 잘 자는 버릇이 들어서 그리 힘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집에 와서 아침을 먹고 한 두시간 쯤 쉬고 나면
점심엔 새콤한 한정식을 먹고 싶거나, 부지런히 사간동과 인사동을 돌아다니며
소중하게 벌어드린 하루를 소비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도 그때 보았던 것이죠.

 


김은영_보금자리 만들기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49×21cm_2005 / 좌
김은영_보금자리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50×50cm_2005 / 우


엄마의 품 속, 내 품에 안긴 그, 나를 안은 그의 품…

작가에게 〈품〉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따뜻한 심장 박동이 행복한

기운과 더불어 공유되는 서정적이면서도 추상적인 공간입니다

그렇습니다. 작가 김은영의 그림 속 등장하는 주제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보편적이어서

때로는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을 담보하고 지키는 주제

바로 사랑에 대한 또 다른 말걸기 작업입니다.

 


김은영_그의 품에 안기다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00×80cm_2005 / 좌
김은영_그녀의 품에 안기다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00×80cm_2005 / 우


사람이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를

‘우리(품)’와 ‘행복(따뜻함)’이라는 주제 안에서

발견한 김은영은 행복한 모두를 위해서

〈품만들기 poom making〉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같은 유비쿼터스 시대에 하나같이 예술의 매체도
디지털을 소재로 껴안기 시작한 지금에,
그녀의 테마는 이제 진부할 만도 할텐데
저는 솔직히 보면서 너무 따뜻하게 느끼며 돌아왔답니다.
물론 그날 거리에 쏟아지는 햇살의 빛깔또한 고왔고 따스했고
전시를 보러가기 전 들렀던 찻집에서 마신 모과의 향이 볼우물 가득히 남아
그림을 보는 순간의 유혹을 계속해서 마음의 거푸집속에 녹여내고 있었습니다.
 
 
김은영_잉태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130×162cm_2005

가령 꽃 속에 들어가면 따뜻하다.
수술과 암술이 바람이나 손길을 핑계 삼아
은근히 몸을 기대며 살고 있는 곳
 
시들어 고개 숙인 꽃가지 따뜻하다
임신한 몸이든 아니든
혼절의 기미로 이불도 안 덮은 채
연하고 부드러운 자세로 깊이 잠들어 버린 꽃
내가 그대에게 가는 여정도 따뜻하리라
 
잠든 꽃의 눈과 귀는
이루지 못한 꿈에 싸이고 이별이여, 축제의 표적이여
애절한 꽃가루가 만발하게
우리를 온통 적셔주리라.
 
마종기의 <축제의 꽃> 전문



김은영_태몽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31×41cm_2005
 
우리가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그 혹은 그녀를 품에 안는 것, 그렇게 품을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안에서 익어가는 축제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김은영의 작업에는 은영레드라고 불릴만큼
붉은색에 대해 거의 집착하는 작가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녀는 왜 그렇게도 붉은색에 자신의 영혼을 착종시키고 있을까요



김은영_태몽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31×41cm_2005
 
우리가 사랑을 잉태하고
서로에게 햇살과 그늘의 서늘함을 주기 위해선
여전히 내 안에선 상대에 대한 뜨거운 붉은 빛 품의 힘들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6월과 7월은 아주 바쁜 나날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경제신문사와 계약한 미술 경제학 책을 쓰는데 온힘을 다해야 할듯 합니다.
7월말에는 케냐에 가야하구요. 그 준비로 온통 많은 시간들을 빼앗기느라
글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듯 합니다. 번역도 마무리 해야 하구요
 
글의 흔적이 내 영혼의 무게와 채를 건너지 못한채
익혀내지 못하고 토해낸 적이, 너무 많다는 걸, 최근 글을 쓰면서
느끼게 되네요. 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배웁니다.
 
아주 멀리....혹은 아주 드문드문 이곳에 오지는 않을 거에요
하루에 한번씩만 와서, 딱 자정의 시간에 답글을 남길게요.
 
저는 지금 누군가의 품이 필요하거든요.....
박정현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사랑이 올까요>......성근 봄의 시간과
뜨거운 열매가 맺히는 여름의 시간이 교차합니다.
환절기엔 사랑에 진저리 치며 살아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여러분은요? 행복하시길요
 

26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