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패션 큐레이터 2004. 8. 25. 23:03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섹스만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한 침대에서 밤에 같이 잠이 든다는 것은 그 사람의 코고는 소리...이불을 내젓는 습성...이가는소리...단내나는 입등... 그것을 이해하는 것 이외에도,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볼수 있다는 뜻이다. 화장안한 맨 얼굴을 예쁘게 볼수 있다는 뜻이며 로션 안바른 얼굴을 멋있게 볼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팔베게에 묻혀 눈을 떳을때 아침의 당신의 모습은 볼만 하리라. 눈꼽이 끼고, 머리는 떳으며, 침 흘린 자국이 있을 것이다. 또한 입에서는 단내가 날것이고... 그모습을 바라보며, 보여줄수 있다는 것은 단내나는 입에 키스를 하고 눈꼽을 손으로 떼어주며 떠 있는 까치집의 머리를 손으로 빗겨줄수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함께 그와 또는 그녀와 잔다... 처음에 당신은 그의 팔베게 안에,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자겠지만. 한참 깊은 잠 중에서는 당신들은 등을 돌리고 잘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깊은 잠속에서 당신의 잠 버릇이 여지없이 다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를 갈기도 하고. 눈을 뜨고 자가도 하고. 배를 벅벅 긁거나. 잠꼬대를 한다거나. 잠결에 울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함께 잔다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단내나는 입술로 키스를 할수 있으며 옷을 충분히 입지 않았다면...바로 섹스가 가능 할지도 모른다. 섹스만을 하기 위한 잠자리에서와는 다르게 별도의 복잡한 절차와 교태와 암묵적인 합의가 필요 없다는 뜻이다.

그런...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것은... 매일 같이 잘수 있다는 것은, 서로 매일 같이 섹스를 하는 사이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가... 집이 아닌 곳에서, 애인과 섹스를 할 때에는 우리는...일단 그와, 그녀와 어떤 합의가 있어야 한다. 사랑한다고 믿는다고. 아니면 충분히 매력적이다라고... 사람에 따라 다르겟지만, 여하튼 잘 만난 사람이며 사이라는 것을 서로...합의하에 이루어진다. 몇시에 호텔에. 또는 여관에 들어가서 몇시에 나선다는 그런 합의가 있으며 그 곳에 가기 전에 상대방의 귀를 만진다든지, 엉덩이를 만진다든지, 하고 싶어...라고 말을 한다든지 하는 서로의 확실한 약속된 언어적, 비언어적 합의가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남자는 계산을 하기 위해 지갑을 열 것이고. 여자는 텔레비젼을 켜며 콘돔을 준비하라고 말을 한다. 둘은...습관에 따라 먼저 목욕탕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그냥... 침대에서 일부터 벌릴수도 있다. 그렇게 한바탕의 폭풍이 지나가면... 잠시 누워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도 하며... 여자는 눈썹이 지워지지 않앗나 화장을 고칠 것이며  남자는 자신이 여자를 만족시켰나 다시 되씹어 볼 것이다. 그런 후 다시 한 번의 폭풍이 있을 것이다. 시간에 쫓긴다거나 정력이 형편 없다면 그렇지 않겟지만. 그런후... 다시 목욕탕에 들어가 씻고. 그곳에 발을 디딜때와 다름없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여자는 화장을 하고, 머리를 빗으며 남자는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을 것이다. 그러면... 섹스 뒤의 느낌은 어떻까.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런 최면에 걸렸다면, 좋을 것이고. 여자가 집에 늦엇다면... 불안할 것이며. 세벽께라면... 남자는 더 머무르고 싶을 것이다. 가임 기간이라면 둘중 하나는 불안할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기쁠 지도 모른다. 불행하다면 둘 다 불안할 것이겠지만... 그들은 항상 꾸민 모습으로 만나며 눈꼽 낀 얼굴을 볼 수 없으며 단내나는 입술에 키스를 할 수 없다. 남자는 여자의 화장 안한 얼굴이 얼마나 큰 상상력을 요구하는지 알지 못할 것이며 여자는 남자가 얼마나 씻기 싫어하고 게으르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항상...잘 차려진 모습으로 만나며... 섹스는 ... 그들만의 합의된 축제이다. 그러므로, 한 침대에서 잘수 있다는 것은 한 침대에서 섹스를 할 수 있단 것과 다르다...

 

오늘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의 한 부분을 인용해 보았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글쓰기가 우리에게 말하는 삶의 장중함과 가벼움, 그 이분법의 도식을 넘어서 삶의 유리조각들을 모아 모자이크로 만들어내는 그의 문체미학에 반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의 글은 음악적인 대위법으로 만들어진 한편의 음악처럼 읽혀지는 소설의 매력을 재 탄생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의 글이 잘 용해 될수 있을 만한 사진을 찍는 작가를 골라보고 싶었습니다. 바로 뉴욕에서 태어나 정신적인 파리쟝으로 살아간 남자. 1960년에 태어났지만 확실한 50년대식 교육과 가정적 분위기에서 자라난 사람. 정치적 성공과 경제적 부를 최고의 가치로 아는 공화주의자. USC 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돈을 만지고 싶었던 남자. 하지만 자신의 내면속에 감추어진 예술의 감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요가와 문학 사진과 광고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남자. 결론적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가장 많은 클라이언트를 가진 프리랜서 사진작가이자 아트 디렉터가 된 남자.

 

바로 앤토니 나이젤만입니다. 오늘 밀란 쿤데라의 촘촘히 박혀진 글의 매력과 어울리는듯 하여 함께 병치시켜보았습니다. 적절한 이미지가 되었을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걱정도 앞섭니다. 오늘도 하루해가 지나가네요. 다음주에는 싱가폴에 가서 세계적인 음향기기회사와 전략적인 제휴를 체결합니다. 오랜동안 추진해온 터라 최종 도장을 찍으러 가는 제 마음이 많이 기쁘고 가볍습니다. 다들 이 아이콘 처럼 행복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