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필리핀의 사진작가 베티나 바누엘로스의 연작 사진집
' Searching for The Banaban' 중에서 아름다운 몇 컷의 사진을 골랐습니다.
2003년 크리스쳔인 베티나 바누엘로스는 피지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섬 '바나바'의 작은 지역 교회에 선교 여행을 떠납니다.
피지에 불어닥친 정치 혁명과 소요사태들
기존의 전통적 가치들이 서구 사회의 다국적 자본의 침식과 더불어
하나씩 가속화 하며 함몰되어 가는 지금
문화적 아노미 속에서 그들의 토속적 정체성들은 불안과 불확실의
빛깔 위에 노출된채 점점 사그러 들어가는 희망의 근거를
붙잡으려고 노력합니다.
예전 뉴질랜드에 있을 때 떠났던 피지섬과 바누아투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마오리를 비롯한 섬마을의 원주민들은 태양과 대지와 하늘의 법을 따라
그들의 구전문화와 기예를 발전 시킵니다. 자급자족적인 농업과
최소한의 삶의 환경 속에서 스스로 행복함을 배우며 사랑하며
살아가던 그들은......
밀려오는 자본주의의 발톱 속에 겨울의 나목처럼 노출된 채
이제까지 만들어온 그들의 문화들을 하나씩 상실해 갑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패배는 아닙니다. 잃어감은 아닙니다.
사진작가 베티나 바누엘로스는 이 연작 사진집의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The trip evoked a realisation within us,
that the essence of the culture was hidden inside the beautiful and precious individuals"
이번 여행은 우리 안에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했다. 그것은 문화의 정수란
아름답고 귀한 개인의 내면속에 숨어 있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라고 말입니다
그래서일까 작가가 사진에 붙인 타이틀들이 하나같이 긍정적인 것들입니다.
'기쁨' '희망' '축제''순수'와 같은 단어들로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잠이든 채로 그대로 눈을 맞기 위하여
잠이 들었다가도 별들을 바라보기 위하여
외롭게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기 위하여
그 별똥별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어린 나뭇가지들을 위하여
새들은 지붕을 짓지 않는다.
가끔은 외로운 낮들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민들레 홀씨도 쉬어가게 하고
가끔은 인간을 위해 우시는 하느님의
눈물도 받아 둔다
누구든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새들의 집을
한번 들여다보면
간밤에 떨어진 별똥별들이
고단하게 코를 골며 하느님 눈물이
새들의 깃텃에 고요히 이슬처럼
맺혀있다
정호승의 시를 읽는 밤의 시간은 고요합니다. 마치 묵상을 하듯 말이죠.
우리는 문화란 삶의 지붕을 지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란 별을 아름답게 떠받들고 있는것은
작은 미소와 희망에 대한 긍정과 용기라는 것을
우리 안에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하느님을
생각하게 하는 사진집이었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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