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여유의 끝에서 삶을 읽다-싱가폴 여행

패션 큐레이터 2004. 9. 7.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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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출장길은 무척이나 한산하고 여유있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비행기표를 타이트하게 시간관리가 가능하도록 예약하지 못한 게으른 탓도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계약을 빠른 시간내에 성사시킨 탓도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머물렀던 Amara 호텔의 수영장입니다. 외국을 가도 항상 아침 6시 반이면 눈이 떠지는 체질이라 일찍부터 일어나 말레이풍의 풀장에서 습한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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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시내는 영국식 전통과 말레이 그리고 인도와 중국식의 다양한 문화적인 데쿠파주가 포개어져서 만들어 지는 블럭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철저한 시민의식과 정부의 노력으로 거리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깨끗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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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도 작은 대지위에서 다민족 문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싱가폴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제겐 많이 치열해 보였습니다. 항상 일정을 마치고 10시 넘어 지하철인 MRT를 타고 호텔에 들어올때쯤 되면 항상 지하철이 붐볐습니다.

 

생각해보면 자원없이 중계무역항이란 하나의 조건을 통해 이루어낸 경제 성장이었으니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왼쪽의 사진은 주롱 새공원을 가면서 잠시 들린 중국식 정원의 모습입니다. 꽤 넓은 핵타아르의 정원이었는데 일일이 거닐며 호사를 부릴 시간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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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싱가폴의 금융 중심지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싱가폴 리버의 모습입니다. 이번 출장에서 계약을 맺으러 갔던 회사가 이곳에 있었기에 쉽게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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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되던 날 이곳의 명물인 Esplanade 극장에 갔습니다. 돔형으로 지은 건물인데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같은 곳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번 출장만큼 많은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넉넉하게 시간의 여백들을 채색해볼 수 있었던 기회도 드물었지 싶습니다. 행운처럼 마친 싱가폴에 공연을 온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의 연주도 들었구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연주자인데 이런 행운까지 얻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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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의 역사에서 스탬포드 라플스라는 사람을 통해서 이곳이 무역 중개기지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요. 그래서인지 라플스란 지명이 지하철에도 등장하고 이렇게 주요한 쇼핑센타에서도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쇼핑의 거리 오차드 가든에서 이것 저것 기웃도 거려보고 뭘 살까 망설여보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물가가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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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째 되던 날 주롱 새공원이란 곳을 갔습니다. 600여종 8000마리의 새를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새장(?)이라고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산책하면서 모시고 갔던 상무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한적하게 소요 할수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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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공원에 들어가니 열대 우림을 시뮬레이션 해놓은 곳이 있었습니다. 미스티 뭐라고 했는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군요. 인공 안개가 만들어져서 울창한 열대의 숲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한컷 찍었습니다. 안개때문에 약간 소프트 포커스 효과도 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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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롱 새공원에 있는 인공폭포의 모습입니다. 상가폴은 무척 더운 곳이었습니다. 시원한 쿨울 소재의 옷을 입고 낙하하는 하얀 분말들 사이에 서서 한컷 찍었습니다. 새공원에서 하루에 두번 열리는 새 공연도 가보았습니다.

 

이곳은 리틀 인디아라는 곳입니다. 처음에 여행책자에 보니 매력적인 인도문화를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상당히 기대를 가지고 갔다가 생각보다 실망도 한 곳이기도 합니다. 길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인도 사리옷집들이며 인도조각이며 무엇보다도 금과 관련된 보석집들이 아주 많이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사실 리틀 인디아라는 곳이 그리 새롭지 않은 것은 실제로 이곳은 싱가폴 내의 인도사람들의 거주지역이라는 것입니다. 리틀 인디아 못지않게 말레이 사람들의 거주지역이 있었는데 이곳을 말레이 빌리지라고 부르면서 일종의 관광상품화 한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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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인도문화를 좋아하는 제겐 작은 소우주처럼 인도의 문화를 느낄 수 있게 잘 구성된 거리이긴 했습니다. 간디의 집이란 작은 레스토랑에 가서 인도식의 음료수와 손으로 먹어야 했던 닭고기며 카레맛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주 쌌습니다. 5불정도였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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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인디아 거리를 걷다보니 정말이지 이렇게 금방이 많나 싶었습니다. 금으로 만든 부처상과 다양한 조각품들이 흘러 넘쳐나게 즐비해 있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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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의 신중 칼리의 사당입니다. 이곳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경배를 들이고 그 곳에서 끊임없이 제사를 지내는 분이 던져주는 어떤 것들을 먹기도 하고 그러더군요. 신발을 벗고 옆에 놓여진 수도가에서 발을 씻고 들어가야 했던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색채가 강렬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동물희생제사를 유일하게 받는 신이 칼리였으니 그랬을까요. 파괴와 죽음의 이미지가 병치되는 사원은 상당히 기억속에 남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장석주의 시를 읽어봅니다. 여행에 대해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많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항상 배우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소요와 빛의 입자들이 노니는 풍광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네'라는 작은 믿음의 확증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여행이라기 보다는 언제부터인가 계약과 국제적인 비즈니스가 왔다갔다하는 출장을 여행삼아 가다보니 예전에 느꼈던 여행자의 감성은 그리 크지 못한듯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여행이지만 그 예전 첫번째로 여행길에 떠났던 첫마음의 시절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은 이유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회일지언정 쉽게 주어진 제 작은 생에 대해서 참 많이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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