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기억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체 게바라, 하바나산 굵은 시가의 짙은 향처럼
치열한 카리브산 삶을 온 몸으로 살아간 남자. 이 남자가 궁금하다.....친미 독재정권과의 투쟁은
오늘의 그를 만들었고 그는 우리 안에서 바람이 되었다.
신산함과 온경함이 가득한 그 바람을 맞으며 언젠가는
그가 사랑했던 쿠바의 하바나에 한번쯤 가보고 싶다. 포개어진 것들을 펼침으로 만들어간
유목민의 삶은 분명한 목적과 삶의 대상을 가졌기에 외롭지 않았으리라......
"The flight", La Habana, 1997
오늘은 쿠바의 사진작가 파블로 카바도의 사진들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의 망막속에 맺힌 하바나의 정치어린 풍경들을 읽어가는 작업은 오래된 도시 하바나라는
텍스트를 읽어가는 행복한 행간읽기의 여행이 될듯 합니다.
"Bicycle", La Habana, 1988
카리브해의 하얀 포말들이 남새스럽게 새워진 회색빛 방파제를 넘어 부서지는 형광으로 다가오는 나라.
"Moa", 1996
미국의 물질적인 원조를 통해 성장했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수많은 혁명과 고통을 온 몸으로 견디어내야 했던 슬픈 카리브의 작은 섬나라.
"Pier", La Habana, 1989
살사와 럼주....달콤한 사탕수수 하지만 무엇보다도 게바라의 뜨거운 영혼이 대지 한 가운데 청청하게 심어져 있는 곳.
"Oriente", 1996
나는 어떤 인생을 살까?'란 막연한 불안과 방황은 사실 자유와 가능성에 의해 생기는 것입니다.
세계가 거대하게 비춰지기 때문에 불안을 느끼고 방황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일과 직업이야말로
현실이라는 거대한 세계의 '입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일과 직업을 통해서 세계를 보고 느낍니다.
-무라카미 류<13세의 헬로워크>에서
부유한 집안의 의학도로 그가 꿈꾸던 안온한 세상속에서 그렇게 뭍어갈수도 있었을 한 남자. 게바라.
인간의 몸을 치료하는 것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불의와 싸우는 것이 세상을 치료하는 길이라고 믿었던
한 남자의 이상을 다시 한번 꺼져버린 제 몸의 감각위에 덧입혀 봅니다.
"Club Capablanca", La Habana, 1994
충실성 없는 위대함은 없다
굳은 신념 없는 위대함은 없다
명상 없는 진실은 없다
-장 그르니에 <지중해의 영감>에서
제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글귀입니다. 게바라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장 그르니에의 글을 읽는날은 더구나 오늘처럼 이 새벽의 시간 곧 다가올 태풍의 전조속에서
난 뜨거웠던 그의 생을 떠올립니다.
"José Marti & child", La Habana, 1988
그의 생은 희망을 얻기위한 가능성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시간으로 가득합니다.
"Votes", La Habana, 1993
오래전부터 자행되어진 미국의 경제적 제제조치로 인해 생필품은 구득하기 어려웠고
또 다시 한번 고개를 드는 부패와 정치적 힘겨움 속에서도 그들은 아직 특유의 낙천적인 웃음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Feeding the Saints", La Habana, 1994
"Orlando", La Habana, 1994
"Guantánamo", 1996
마음을 열고 사랑이 흘러가게 하라. 사랑은 모든 사람을 이끄는 힘이다.
모든 영혼은 사랑받기를 원한다. 사랑을 선물해서 안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주는 만큼 받게 될 것이다. 조건없이 자유롭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인생을 즐기라.
아일렌 캐디 여사의 글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쿠바는 바로 마음을 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이지요.
"Oriente", 1996
"Speech", La Habana, 1994
그 분은 이제는 중요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무디고 딱딱해져서 늙은 껍질로 둘러싸이듯 사람들 속에 의연하게 서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을 활짝 열어 젖히고 사물 곁에 서거나,
동물이나 인간들이 마치 그 분의 사물인 양 자기를 조용히 두드려오면 언제나 그 분은 마음을 열어놓고 계십니다.
"The Dream", La Habana, 1988
그런 분이 바로 아름다움을 배우는 자이며 모든 것에 초심자이며 정관하는 자이며 아름다움을 모방하는 자입니다.
아름다움이란 잠자는 자에게는 언제나 그냥 스쳐 지나칩니다. 방심하는 자나 참여의식이 결여된 자에게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분이 바로 아무 것도 놓치지 않는 주의력이 깊은 자며 항상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자이며
시간을 셈하거나 다음 것을 바랄 생각도 하지 않는 인내로운 자입니다
"Calle Obispo", La Habana, 1996
그에게는 언제나 그가 바라보는 것, 바라봄으로써 생기는 주위에 모든 것이 있을 뿐이며
그것이 바로 그 속에서 온갖 것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계입니다.
'루 살로메에게'<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R.M.릴케지음
로댕과 게바라.....어찌보면 결코 연결되기 어려울듯 한 삶의 코드를 가진 두 사람의 삶을 응시해 보았습니다.
'사랑이 없이는 혁명도 없다'고 이야기 했던 혁명가와 절대의 미를 찾기 위해 수많은 초절의 삶을 살아야 했던 예술가의 삶은
그렇게 결국 무언가를 찾고 얻기 위하여 투쟁하는 자에게만 열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수렴합니다.
"La Habana", 1997
힘겹게 삶의 고된 강을 건너는 사람들만이 진정 생색 내지 않는 따뜻한 손을 건넨다.
그들이 밝히는 곱고 착한 등불이 있어 아침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이다. 세상은 아직 빛을 거두지 않는다.
박남준 지음.<나비가 날아간 자리>에서
하바나에는 서글픈 과거의 역사와 그 암영속에서도 그들은 환한 미소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힘겨운 삶의 강물을 거슬러 지금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고, 그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이제 잊혀지지 않는 '하바나산' 미소를 만들어 냈기 때문일 겁니다.
"Pole", La Habana, 1993
이제 카스트로와 게바라는 그들 곁에 없지만 포개어진 가슴속에 적채된 정열은 여전히 그들의 마음속에서 살아 숨쉽니다.
"Stars", La Habana, 1992
그렇게 다시 한번 마음의 별을 그려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Flag", La Habana, 1997
"Nike", La Habana, 1997
미국이라는 거대한 구조와 초자아....경제적인 담론이 파헤쳐놓은 이 잔인한 작은 섬엔,
이젠 그들에 대하여 지워져가는 증오와 상처가 명멸합니다. 미국은 어찌보면 또 다른 그들의 암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La Habana", 1996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구름이 구름을 만나면 큰 소리를 내듯이 아,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치면서 그렇게 만나고 싶다, 당신을...... 비가 부르는 노래의 높고 낮음을 나는 같이 따라 부를 수가 없지만
비는 비끼리 만나야 서로 젖는다고 당신은 눈부시게 내게 알려준다
-마종기 시집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바나는 볼수 없는 것들을 바라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희망적입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소실점의 끝으로 내어 보내보지만 결국 다시 돌아와 우리 앞에 펼쳐지는
아침의 태양처럼 말이죠......멋진 한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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