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필드 포터
느릅나무 아래서. 1907-8
캔버스에 유채, 158.3 x 117.5 cm
펜실베니아 미술 아카데미 소장
미만함과 가득함, 비어있음과 차짐 느릅나무 아래 설때마다
짙은 청록빛으로 가득한 잎 넓은 이 나무의 존재가 고마와 집니다.
물론 대학 3학년 소품으로 올렸던 유진오닐의 '느릅나무 아래의 욕망'에서 처럼
치정과 욕망이 오가는 시소게임의 배경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역시 짙은 초록색은 진부한 일상에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는 내 영성의 빛깔을
새롭게 채워주는 힘을 가진 빛입니다. 마음속에, 느티나무를 참 많이도 닮은
이 느릅나무를 한그루 심어보고 싶습니다. 포터의 이 그림을 볼때마다 참 마음 한구석
더깨 더깨 무력하게 쌓아갈수 밖에 없는 무기력한 내 영혼의 지층속에서
환한 한송이의 꽃이 피는 것만 같습니다.
페어필드 포터
아침식사가 있는 정물, 1920
종이에 수채, 시베스트 콜렉션
페어필드 포터는 미국 현대 미술사에서 과묵한 사실주의풍의 그림을 그려온
작가입니다. 당시 추상 표현주의가 미국 미술의 고유성이란 일종의 브랜딩 전략으로
세계 미술시장을 석권할때, 최대한 말수를 줄이며 세부적인 디테일에 전념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추상적 기풍으로 부터 멀리 달아나지 않는 안전한 그림들을 그리게 되지요
그는 나비파의 보나르와 뷔야르를 좋아했던 화가였고 예술비평가이기도 했습니다
색채가 움직이는 그림들, 적어도 보나르의 그림 속에서 드러나는 색채를 통한 의사소통이
그의 그림 속에 강한 배경으로 살아남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색의 향연으로 빠지며 느끼는 그림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꼭 발생하는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결혼하면 뭘 하겠다, 당신을 위해 아침에 커피를 끓이겠다, 요리를 해주겠다
뭘 그리도 해주고 싶은게 많이 생기는지 모르겠습니다. 포터의 그림 혹 아침 식사가 있는
고요한 적요함, 빛이 차양을 통해 음식의 표면위로 살포시 내려올때,
함께 할 사람과의 행복한 다솜의 시간들이 영롱하게 채워집니다.
페어필드 포터
아이스 커피,1966
캔버스에 유채,79 1/2 x 79 1/2 in
G.U.C. 콜렉션, 시카고
올해처럼 9월 말까지 계속되는 이 지리한 여름의 시간들
그 인디언 섬머의 끝자락에서 아직은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더군요
커피를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커피만드는 기술책들을 조금은
뒤적여 봐야 할것 같습니다. 요즘은 비싼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다 집에서도
진한 커피의 향을 느낄수 있다고 하더군요. 오후엔 쇼핑몰을 뒤져봐야 겠습니다
페어필드 포터의 그림들은 그림 속 인물과 사물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게끔 하는 구체적인 형태로서 자리잡는다는데 있습니다
그는 아트 포럼에서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의 현존이란 바로 아이들이 사물을 느끼고 인식하는 방식과 같다
지붕의 형태에서 평평함을 배우고 장도리에서 단단함을 배우듯 말이다. 예술은
당신으로 하여금 그것을 좋아하게끔 강압하는 것으로는 성공할수 없다
그림 속에 현존에 당신을 빠져들게 함으로써 그렇게 느끼게 함으로써만 성공할수 있다"
이번 파리여행 첫날, 친구와 함께 몽마르뜨에 갔습니다.
우연히 사진들을 찍다가, 에스프레소 한잔을 꼭 마셔야 하는
사랑하는 친구의 손에 붙잡혀 간 곳이 작은 커피집이었습니다.
영화 '아멜리에'에 나온다는 타바 드 믈랭인가 하는 카페에 먼저 가보았지만
앉을 자리가 없더군요, 사실 참 별것도 아닌데 말이죠.
영화 한편이 작은 커피집 하나를 스타로 만들었더군요
에스프레소의 신산함을 좋아하는 여자와 달콤한 모카를 좋아하는 남자
사실 그리 커피를 좋아하지 않던 이 남자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서 그녀의 습관 속
빛깔에 젖어들어 가고 맙니다.....
카페 타바 드 믈랭의 모습이에요
비가 오다 말다.....진한 여름의 기억을 뒤로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지워지는 인디언 섬머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가본 몽마르뜨의 한 카페에는
내 여자친구가 그렇게도 예쁘다고 좋아하는 아멜리에의 여주인공 포스터가
걸려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인상적으로 보긴 했지요. 커피맛은 보지 못했지만요
지금 사랑하는 이와 떨어져 있다보니 그리움이 큽니다.
그래서 요즘은 더욱 커피에 의존하게 되나 봅니다.
초가을 아침엔 헤이즐넛이 제격이라지만 어느새 이 남자는 사랑하는 이를 따라
에스프레소에 손을 대곤 합니다.......하지만 이 닮아감이 참 좋습니다.
오늘 점심때는 포터의 그림 속 아이스 커피나
시원하게 삼키며 짙어가는 그리움의 농도를 흐트려야하나 봅니다.
'Art & Healing > 내 영혼의 갤러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을 기다리는 이 시간...... (0) | 2006.11.16 |
---|---|
다시 춤을 출수 있다면....쉘위 댄스? (0) | 2006.10.09 |
오랑주리 미술관에서-마리 로랑생을 기억하다 (0) | 2006.09.04 |
프린지 페스티벌을 가다 (0) | 2006.08.31 |
미술 속 레즈비언을 찾아서 (0) | 2006.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