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프린지 페스티벌을 가다

패션 큐레이터 2006. 8. 31. 00:39

 

 

한국에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아

홍대지역에서 열린 프린지 페스티벌에 다녀왔습니다.

참신한 신인작가들의 작품들을 대거 볼수 있는 기회였지요

수직으로 하강하던 하일(夏日)의 신화들을 꺽어내듯 하늘에선 잿빛과 여린 청색이

버무려진듯한 표정을 연신 지어내며 굵은 빗줄기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겐 미술관을 가는 일이 즐겁습니다.

그 중에서도 기성작가 선생님들의 전시도 좋지만 특히 신인작가들

의 전시회를 가는 걸 무척 즐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술이란 척박한 토지에

숨통을 틔우는 오아시스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 영화의 화양연화, 그 배후에는

사실상 영화 아카데미란 제도적 학습을 통해 세상에 진검승부를 던진

작가군들과 이론과 실천으로 무장한 많은 도우미들 때문입니다.

 

신인작가들의 목소리를 항상 청신합니다.

깊은 맛은 없을지라도, 유쾌하고 행복합니다.

위의 그림의 제목이 뭔지 아세요? '커플무덤, 싱글무덤' 이랍니다

별거 아닌거 같은데 저는 보면서 연신 웃음이 나더군요.

그래 나 아직 완전한 커플이 아니란다......사랑하는 연인이 떠올랐습니다.

 

 

 

기성제도권에서 발생한 문화와 미술의 경계선 그 배후에는

항상 당대의 가치에 도전하는 예술가들의 열정이 있었습니다.

사실 인상주의니 표현주의니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술사의 깊은 강물 아래에는

그러한 도전의 역사와 응전의 뿌리가 거품 아래로 깊이 하강하고 있지요

 

 

캔버스 위에 패브릭, 옷감으로 순전한 작업을 했더군요

색감이 밝은게 마음이 밝아져서 아주 좋았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 '회춘'이랍니다

봄을 돌리려는 인간의 시도, 그것은 동안 컴플렉스 혹은 유행으로 이어지지요

내 안에 있는 봄날을, 내 영혼에 햇살이 강하게 유영하던 그날을

그림 앞에서 찾을수 있는 방법이 뭘까?

작가는 우리들의 인식속에 박혀 있는 생년월일을 보는 이들이

새롭게 들고 사진을 찍을수 있도록 배려해 놓고 있습니다. 이 사진으로 저는

무려장장 10년이란 세월을 뒤로 돌리는 거죠

 

 

이번 사진은 미술관에 채려진 도박판을 찍었습니다

화가들 8명이 미술관의 공간을 차지하기 위하여 주사위 놀이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주어진 공간에서만 전시를 했다고 해요

작은 공간을 얻어 포기한 작가도 있구요.

전시가 즐거운 한판의 놀이가 될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사진작가 강홍구 선생님의 '수련자' 시리즈 사진입니다

이분의 작품은 뭐랄까 스스로 B급 아티스트라고 소개하지만 정작 그의

작품 속에서 풍자되는 '강북 재개발' 시리즈는 우리 시대의 가장 암울한 한 측면을

숨쉬지 못하는 봉제 인형들을 위치시킴으로써

보여주지요. 그런데 저는 왜 이 사진을 보면서 웃음이 났을까요?

이렇게 평을 하면 혼이 나겠지만 사진속 수련자의 모습이 '형님뉴스'의 길용이를

연상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디테일만 따로 찍었습니다

떡벌어진 어깨며 복근이며, 남성성을 가장하는

길용이의 모습과 닮지 않았나요? 저만 그런가? 하긴 개그 프로에서

길용이는 이런 재개발 현장에 잘 나가 있더군요

오늘은 그래도 일을 잘한 모양입니다. 형님이 덕근이와 바꾸려고 하지 않는걸

보면 말이죠.......

 

오후 한나절, 좋은 그림들, 신선하고 내 영혼의 진부함을 깨우는

삐급 예술의 향연 속에 점점 더 무뎌가는 내 자신의 영혼을 벼리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