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주 완연한 봄의 기운들이 곳곳에 베어들더군요.
미만한 초록빛에서 마치 여린 속살처럼 터져갈 짙은 연두빛의 시간이
다가올 날이 얼마 남지 않은듯 합니다.
오늘은 편안하게 여러분에게 편지나 한통 쓰고 싶었답니다.
미술속 작가들을 만나는 시간....내 영혼의 갤러리를 채우면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질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아마존으로 신청한 많은 도판들이 집에 도착해
하나씩 포장을 뜯으며 그 속 그림에 맘껏 취해 있습니다.
시인 장석주의 말처럼 삶이란 자기가 마신 물과 공기
자기가 먹은 밥, 자기가 만난 사람들,그리고 느낌과 사유의 총체인것 같습니다.
느린 속도로 이 공간에서의 글쓰기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시간들은 그래서 필요한 것이고요
시인의 말처럼 이 공간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제겐
그림을 통해 사유하고 짦은 느낌들을 축적해서 제 기억의 지층 속에 고이 담아두는일은
이제 작은 일상의 풍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교보에 들러 마음먹었던 화가들의 작품집과 논문들을
마구마구 샀습니다. 저번에 약속드렸던 '세계의 인상주의' 시리즈를 쓰기 위한
준비작업도 하고 있고요, 런던의 인상주의와 러시아의 인상주의, 독일의 인상주의
스페인의 인상주의,벨기에의 인상주의,네덜란드,오스트리아,노르웨이의 인상주의
하나 하나 마치 추억의 환약을 한웅큼 쥐고서 과거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어른의 아이가 되어 큼직한 그림 한장과 깨알같이 작은 영문으로 가득한
글을 정성스레 읽어갑니다.
그림을 읽어가는 순간, 저는 여러분과 여행을 떠납니다
그 속에서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스스로의 광기를 통제하지 못한채 돌아가는 것 같은
후기 산업사회의 폭력과 상처의 무늬로부터 조금은 자유하고 싶었고
전략적으로 피우는 그 게으름으로 인해 새롭게 바라보는
내 자신의 성숙과 우화의 시간에 머무르고 싶었답니다.
최근에 산 책의 목록을 써보면
앤소니 줄리어스의 '미술과 우상-유태인 미술
영성신학자 유진 피터슨의 Leap over a Wall
역사학자인 피터게이의 부르주아전
미술사학자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하세가와 가미유키의 '현대판화의 기초지식'
그리고 찰스 레니 맥킨토시,이스트만 존슨의 도판
엘리자베스 프링크의 도판과 논문집, 디터 로스의 카탈로그를 샀습니다.
책을 사는게 즐거운 일이고 작은 월급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지만
허투루 사지는 않습니다. 유태인 미술을 통하여
현대의 '우상파괴주의'에 대한 그림들을 살펴볼거구요
유진피터슨의 글을 통해서는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이 그림읽기를 통해
어떻게 가능한지를 쓰려고 합니다.
피터게이의 글은 빅토리아 시대의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심도깊게
이해하는데 아주 좋은 책이고 오주석 선생님의 글은 최근 독자분의 편지에서
느낀 것이지만 한국과 동양의 그림도 함께 읽어달라고 요청하셔서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회화에만 편중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상대적으로 많이 다루지 않았던
'판화'와 '조각'에도 많은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현실에서 비록 멋진 건물속 미술관을 아직 건축하지 못했지만
이 공간에서나마 다양한 작품들을 제 방에 걸어놓는 즐거움은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어떨땐....이런 생각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나도 남들처럼 그냥 글 퍼오고 붙이고
대충 바꿔서 하면 돈도 많이 안들고 좋을텐데.....블로그 한편을 올리기 위해
들이는 책이 3권 정도되고, 음악을 선곡하고, 그림을 찾기위해 소비하는 시간의 가치를
환산하면 경제학적인 상당한 기회비용이 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죠?.....제가 얼마나 여러분을 좋아하는지
가뜩이나 관심밖의 미술....항상 예술이라고 떠들면서도 현실의 차원에서는
참 사랑받기 어려운 이 미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그 날까지....
남새스럽지만 집요한, 그리고 꾸준한 홍기의 미술관은
계속됩니다.....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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