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추억을 낚시질 하다-에밀 크라우스를 생각하다

패션 큐레이터 2006. 3. 26. 16:39
11533

오늘처럼 정겨운 봄날의 기운이 가득할때면

어린시절 작은 정원이 있던 집에 살던 그 때가 더욱 간절해 집니다

뉴질랜드에 있을때, 정원의 도시라 불리운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저로 하여금 '나 만의 정원'을 갖고 싶게 했던 기억들을 끄집어 내 봅니다

 

오늘은 약속했듯 세계의 인상주의를 살펴보는 첫번째 시간입니다.

벨기에의 작가 에밀 크라우스를 시작으로

오늘 세계의 인상주의 화가들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에밀 크라우스 (1849-1924)

'늙은 정원사' 1885  캔버스에 구아슈

리즈 현대 미술관, 벨기에

 

1849년 벨기에의 작은 마을 에스테네에서 태어난 작가 에밀 크라우스는

벨기에의 보석같은 작가입니다. 그는 1880년대 벨기에에 불어닥친 프랑스 인상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특히 클로드 모네의 영향아래

자신만의 색깔이 부여된 그림들을 만들어 냅니다. 

 

 

겐트 미술관에 있는 에밀 크라우스의 동상입니다.

현재 벨기에 내의 미술관중 그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지요

차갑고 냉혹한 사실주의의 폭풍을 뒤로 하고 다시 한번

햇살아래 자신의 젖은 구두를 말려보고 싶었던 예술가들은 당대

새로운 물결로서 다가왔던 인상주의를 새롭게 해석하게 됩니다.

흔히 '루미니즘(Luminism)'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꼬리표를 달게 되지요

 

1880년대 부터 계속해서 불어닥친 새로운 물결

바로 프랑스의 인상주의는 그렇게 당대의 현실을 엄혹하게 그렸던 사실주의를

극복하고, 빛 아래 놓여진 존재의 빛깔을 찾기위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합니다.

 

에밀 크라우스는 바로 이러한 시점의 교차점에서

프랑스의 인상주의를 소개하게 되지요.

빛의 입자들과 색으로 찍어낸 점들.....캔버스위에 그려진 대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한발자국 떨어져서 그의 이성속에 녹아들어가는 동일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에밀 크라우스

'건초더미를 치우는 여자' 1905년

캔버스에 구아슈

사이몬 콜렉션, 런던

 

사실 세계의 인상주의란 표제하에 다양한 작가들의 그림을 살펴보는 일은

'인상주의'라는 기본적인 유파가 가진 정신을 다양한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것이 어떻게 변용되고, 혹은 모사되는 가운데

새로운 형태의 옷을 입게되었는가를 살펴보는 과정입니다.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때 모네의 <건초더미, 눈의 효과,햇빛> 연작을 떠올렸습니다.

모네가 이 그림 연작을 통해 빛의 효과를 즉각적으로 기록하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부터 통일성 있는 예술작품을 만드는 두개의 목표를 이루고자 했지요

시골 햇살아래 놓여져 있는 건초더미 위로 하강하는

빛의 움직임을 느린 붓터치로 잡아내는 작업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에밀 크라우스

내 정원의 모퉁이엔...

캔버스에 유채, 1901

개인소장

 

유럽이란 하나의 국가에서 부르주아의 탄생과 그들의 삶은

거의 공통된 요소였고, 이런 가운데 자신을 둘러싼 사물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도

새로운 시각이 필요했을 거라고 봅니다.

 

당대의 사람들은 사물을 사물 그 자체로 보았지

색채의 덩어리로 구성된 존재로 보지 않았기에, 인상주의의 선전포고와 같은 도발적인

메세지들은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죠

 

 

에밀 크라우스

만남-다리에서

캔버스에 유채,개인소장

 

에밀 크라우스는 클로드 모네의 영향을 크게 받은 작가입니다.

벨기에에서 인상주의가 새로운 화풍으로 떠오르게 되고 그의 뒤를 이어 안나 보크나

펠리칸 루프와 같은 작가들의 그의 화풍을 이어받지만 아쉽게도 벨기에의 인상주의는

단명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지요. 그 후의 그의 제자들은 1차 세계대전과 더불어

야수파 그림으로 바로 전환하게 됩니다

 

 

에밀 크라우스,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캔버스에 유채, 1901년

갠트 미술관, 벨기에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것이 그 해 겨울

멋드러지게 스케이트를 타는 일이었습니다.

운동신경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서 남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저였기에

저는 항상 특별과외가 필요했습니다. 그 어려운 피켜 스케이트를 배우겠다고

발뒤꿈치가 다 벗겨져서 아픈 생채기를 내고

눈물 속으로 찔끔찔끔 흘리면서도 언젠가는 저 빙판위에서 멋지게 회전을 해보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었지요.

 

크라우스의 그림을 보는데 갑자기 그 기억이 되살아나지 뭡니까

그림은 자신의 기억속 저장고 묻혀버린 세피아빛 추억들을 되살리는 힘이 있나봅니다.

 

 

에밀 크라우스,운하위의 풍경

캔버스에 유채,1896

개인소장

 

 

 

 

 

에밀 크라우스

'워터루 다리아래 해는 지고' 1916

개인소장

 

뜨고 지는 일.....비루한 우리 내 일상에서 항상 경험하는 이 작은 일만큼이나

우리를 감싸고 도는 시간의 동태성을 잘 이야기 하는 소재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워터루 다리 하면 영화 '애수'가 떠오릅니다. 전쟁에 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그리고 다리에서 몸을 던지는 여인의 슬프고 옹진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다리를 건넌다는 것은 우원한 거리에 놓여진 두 사물을 혹은 대상을 연결하는 노력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리를 건널때는 항상 생각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고....

빛을 통하여 존재성을 획득하는 사물과, 그 거리를 연결하는 일은

참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라고.....그래서 다시 다짐합니다. 누군가 미워하거나

예전 내 마음에 생채기를 내어놓은 사람이 있을때.....언젠가는 저 햇살아래 다리 위에서

다시 만날날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저 다리를 건넜을때 내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져가자고

그렇게 말입니다....

 

 

 

에밀 크라우스

'주낙을 거두며' 1893

딕셀 뮤지엄, 벨기에

 

그리운 사람 아직 거기 있을까
설레임 안고 낚싯대를 챙겨 마음의 바다로 갔다
검푸른 바다에 물고기마냥 옛 사연 튀고 있어
여운의 미끼를 달고 힘껏 던졌다
포말의 떼처럼 달려드는 달콤함
만선의 깃발 꽂고 걸려 나오는 속삭임
간 혹 끌려나오는 잡스러운 것조차 아름답다
망태기에 터지도록 담아 해거름이 일면
아직 튀고 있는 사연 남겨두고 집으로 가자
적막이 포화된 공간에 우레같은 전화 벨이 울렸다
망태기 속 추억이 놀라 쏜살같이 바닷속으로 도망쳐갔고
어미 갈매기도 또 하나의 잉태된 추억 물고
허둥지둥 둥지 향해 날갯짓하며 사라졌다
텅 빈 그물엔 긴 세월 사용했던
녹슨 외 바늘만 걸려 대롱거릴뿐
심마니의 심봤다 외침처럼 월척을 낚아 내지 못했다
앞마당엔 회색 담장 잡고 까치발 뛰며 오르던 넝쿨이
깡 마른 허연 줄기를 드러내며
하나 둘씩 잎새를 샘으로 떨어내고 있다
그곳에도 그리운 사람 있겠다 싶어
슬그머니 두레박 대신 낚싯대를 드리운다


 

추억을 낚시질 하다....안갑선의 시를 옮기다

그의 그림속 낚시의 풍경을 보다 갑자기 잊혀진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행복한 주말 오후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