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사랑....우리의 세속적 종교

패션 큐레이터 2006. 3. 1. 01:53

 

 

스톰 마티아스 (1600년경, 시실리)

삼손과 데릴라, 1630년경

캔버스에 유화, 99 x 125 cm
Galleria Nazionale d'Arte Antica, Rome

 

 

오늘은 성경의 여러가지 이야기중 너무나 잘 알고 계시는 삼손과 데릴라의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천하제일의 장사와 요부의 이미지, 그 둘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는 새로운

방식의 시선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시인 루이 아라공의 시로 운을 띄웁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는 남자의 영혼을 장식하는 컬러 물감이다

여자는 남자를 활기 있게 해주는 떠들썩하고, 우렁찬 소리이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는 거칠어질 뿐 열매 없는 빈 나뭇가지에 불과하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의 입에서는 거친 들바람이 나오고

 그리하여 남자의 인생은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황폐해져’

 

여자가 남자의 미래라는 시인의 말은 적어도 성경속, 나실인이었던 삼손에게는 충분히

해당사항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에게 데릴라는 사랑받기를 꿈꾸었던 팜프파탈이었으니까요.

 

 

램브란트, 삼손을 눈멀게 하다

캔버스에 유화

슈테델 미술관, 프랑크푸르트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정말 데릴라가 요부인지에 대해서 말이죠.

마인강을 뒤로 하고 다리를 건너 슈테델 미술관으로 향하여 가는길....시종일과 이 작품을  볼수 있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습니다. 램브란트를 원체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럴수 밖에요.

 

요즘 관점에서 보면 사실 데릴라는 삼손을 대놓고 유혹한 적이 없습니다.

삼손 혼자 좋아서 난리 블루스를 친 셈이거든요. 그녀는 돈을 원했고, 필리스타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 것일뿐, 사랑이란 미만한 감각에 홀려 자신을 상실한 존재는

삼손이었습니다. 태양의 영웅이라 불리는 그의 이름 속, 불타오르는 열정과 욕망의 정도를

가늠케 하지요. 삼손은 그렇게 원만한 여자관계를 가진 자가 아니었습니다.

 

램브란트의 그림 속 삼손을 둘러싼 적들의 시선과 주인공의 모습은

화가의 특유의 빛의 사용으로 그 암영의 그림자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게리트 반 혼 소스트(1590-1650, 위트레흐트)

삼손과 데릴라,1615년경

캔버스에 유화,129 x 94 cm
클리블랜드 미술관

 

삼손과 데릴라의 이야기는 결국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역사'를 의미한다고

신학자들은 이야기 합니다. 이 이야기 속 사랑과 배신,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읽을수 있다고

하는 것이지요.  위트레흐트의 작가 소스트가 그린 '삼손과 데릴라'는 이탈리아의 거장

카라밧지오의 전통을 이어받아 빛의 사용과 더불어 그림 속 인물들을 아주 촘촘하게

위치시키는 장면구성법을 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은 처형전 예수를 조롱하던 그 장면을 떠올리게 하기 위해, 혹은 십자가의

고난속에 있는 예수를 연상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장면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루벤스, 삼손과 데릴라

런던 내셔널 갤러리

 

2억달라가 넘는 가액에 팔렸던 루벤스의 명화

삼손과 데릴라....문제는 위작으로 몰려 미술관의 명성에 상당한 충격을 입혔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그림 속, 태양의 영웅 삼손은 풍성한 육체의 미를 가진 데릴라 앞에 등을 보이며

누워 있지요. 그녀가 걸치고 있는 주름진 로브는 그녀의 열정과 배신의 강도를 보여주는

소도구 일수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데릴라는 현대판 '섹스 앤더 시티'의 여자주인공들을 생각하게 하는 일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업과 성공에 대한 관심이 가정이나 결혼 같은 가치들보다

더욱 우선되는 사람들의 아이콘이기도 하지요.

 

대중문화속 사랑의 이미지는 우리 안에 가득하고, 이미 가득해져 버린 그 편만함 속에서

우리들은 세속적 종교로서의 사랑에 대해서 열망하고 갈망합니다. 우리가 가진

비밀을 스스로 털어버리고, 유사의 쾌락을 얻기위해 최선을 다하는 현대인들처럼 말이죠

 

 

귀스타브 모로

삼손과 데릴라

리유니언 미술관

 

상징주의자 모로의 그림속 데릴라의 모습이 인상깊지요. 사실 데릴라는 남자들에게

메이는 여자가 아닙니다. 가장 독립적으로 '혼자나는 기쁨'을 실천한 여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이런식의 페미니즘적 비평이 모든곳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속적인 종교가 되어버린, 그래서 이제는 오래된 화석의 역사속 퇴적층 속에

깊이 사라져 가는 사랑의 의미를 모두다 물타기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여전이 우리에게 희망의 근거가 되는 것은 인간의 사랑이고

그 주체들을 응시하고, 그들의 욕망을 채우되, 견고하고 더욱 무너지지 않는

방식의 사랑을 배우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 절대자의 시선을 생각해 보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