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웨슬리 벨로스
'샤키에 모인 남자들' 1909,
캔버스에 유채, 92*122.6cm
클리블랜드 미술관
중학교 시절, 권투중계가 주말이면 빠지지 않던 시절
마빈 헤글러란 복서를 참 좋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빡빡이 복서
그의 강인한 턱선과 맷집, 주먹의 현란한 움직임과 속도, 미들급 세계 챔피언으로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그의 이름이 클리블랜드에서 벨로스의 이 그림을 볼때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헤글러는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선수였고 그 이미지는
제 잠재된 마음속에서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연유로,
오늘은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중 한 사람인 조지 웨슬리 벨로스의 작품을 골랐습니다.
1925년 급성맹장염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사실, 그는 미국의 사실주의 회화의 거장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화가와 달리 초기의 삶을 세미 프로 야구선수로 보냈었고, 그런 영향이
그의 그림 속엔 강하게 남아서, 스포츠들, 복싱, 폴로, 테니스등과 같은 역동적이 이미지들을
자신의 캔버스위에 아주 유장하고도 강력한 붓터치로 표현해 내지요.
미술사적으로 볼때 그는 19세기 후반의 윈슬로 호머와 토마스 에이킨스
20세기 중반의 에드워드 호퍼, 앤드류 와이어스의 중간 다리역할을 해내는 작가입니다.
조지 웨슬리 벨로스
'뎀시와 필포' 1924년'캔버스에 유채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성공한 건축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벨로스는 어린 시절 감리교 목사가 되길 바랐던
엄마의 소망으로 중간 이름을 웨슬리로 가지게 되지만 이러한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링 속의 현실이 엄정하지만, 사실 그 밖의 현실은 더욱 차가왔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초의 뉴욕, 빈부의 격차가 점점더 커지는 시대,
입장료 대신 클럽 사용료를 내면서, 인간의 폭력을 상품으로 포장해
수 많은 도박의 대상으로 그려냈던 시대의 풍경이지요.
조지 웨슬리 벨로스(1882-1925)
'샤키에 모인 남자들' 리소그라프, 16-24"
버틀리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아메리칸 아트
세계 제 1차 대전이 발발과 더불어 그는 일관성있게 강력하고도 개인적인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합니다. 주로 강력한 운동감이 느껴지거나 감성적인 인물상을 주로 그리죠.
사실 그가 초기부터 그런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엔 가족들을 그리는
자칭 '패밀리맨'이었거든요. 그런 그가 뉴욕으로 오면서 그의 그림은 완전히 바껴버리게 되요
몬히건이란 섬에서 여름철을 나면서 주변의 강렬하고 대담한 자연의 풍경에
매료되었고, 이를 그림으로 옮기면서 윈슬로 호머의 뒤를 잊는 강력하면서도 환원적인 붓터치를
보여주게 되지요. 애모리쇼에 참관하면서 그는 유럽의 모더니즘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는 후반으로 가면서 자신의 작품들을 석판화 작업으로 남겼습니다.
위의 그림도 바로 그 유명한 '샤키에 모인 남자들'을 리소그라프, 석판화로
남긴 작품이에요. 칼라로 보는 작품과 또 다른 비애감이 느껴지는듯 하지요.
돈을 위해 싸우는 수탉들의 파티...그 속에서 느껴지는 뉴욕의 풍경들은 암울하고 어둡기
까지 합니다.마치 숫 사슴들이 교미철을 맞아서 싸우는 듯한 풍경을 암유하고 있다고
웬디 수녀님은 설명하고 계시더군요.
조지 웨슬리 벨로스
'라운드 사이' 1923년작
허쉬 애들러 미술관
라운드가 쉬고 있는 사이, 권투를 보러온 수 많은 관객들은 지쳐 버린 선수를 두고
도박을 걸고 있고, 선수들의 혈기는 어느샌가 뉴욕의 거칠은 현대적인 풍경속에서
일종의 비정함을 유지하며 그렇게 거룩하게 서있는 것 같습니다.
클럽의 두남자 (1909)
캔버스에 유채, 45 1/4 x 63 1/8 in. (115 x 160.5 cm)
내셔널 갤러리 워싱턴
권투왕 마빈 헤글러
그는 심판을 믿지 않는다
판정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심판관은 쉽게 매수되기 때문이다
그는 심판을 믿지 않는다
판정승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무신론자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벌거벗은 채
승부욕이 강하게 싸운다
이 점은 순교자와 같다
서로 좋게 승리로 이끈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가 뛰는 링은 종종 피범벅이다
이 점은 불란서 혁명과 같다
마빈 해글러는 세계 챔피언이다
허지만 죽음의 왕 앞에선......
이 점은 불쌍한 투우와 같다
대학시절 열심히 읽곤 했던 시인 최승호의 '권투왕 마빈 헤글러'를 읽었습니다
'대설주의보'란 시를 좋아하면서 우연하게 만난 시였는데, 오늘 글을 쓰면서 왠지
이 시가 정말 위의 그림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 뭐에요.
권투 링 위에서 마빈 헤글러의 모습은 마치 순교자처럼 피가 튀는 혁명처럼
하지만 돈을 주고 일종의 공연을 보러온 관객들 앞에서는 투우사 앞에 놓여진
성난 황소 같이 그렇게 잔멸하며 서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성난 황소'도 복싱을 테마로 한 영화였네요.
이 영화 이후로 저는 로버트 드니로 란 배우에게 거의 미쳐 살았던 것 같습니다.
조지 웨슬리 벨로스
언덕위에 사는 사람들, 40 1/4 x 42 1/8 in. (102.2 x 107 cm)
로스엔젤레스 오렌지 카운티 미술관
그는 후기에 가면서 사회의식적인 그림들을 많이 그리게 됩니다.
그의 이러한 배경에는 '군중'이란 사회주의 잡지의 편집 주간이 되는 것과 같은 경험들이
녹아 있지요. 위의 그림은 사실 벨로스의 그림중 가장 명작이라 불리는 그림입니다.
뉴욕의 풍경, 부유한 부촌과 가난한 빈민촌의 극단적 대비 속에서 그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비정한 뉴욕의 영혼이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여전히 비정해 보이는 뉴욕의 뒷골목
그 예전 명성의 권투선수 마빈 헤글러를 생각해 봅니다. 그의 강력했던 힘과
링 속에서의 치열했던 생과 더불어 말이죠.
들으시는 곡은 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테마음악입니다
솔직히 벨로스의 그림을 볼때마다, 이 음악을 꼭 한번쯤 배경으로 하고 싶어졌습니다.
요며칠 제 블로그가 아주 인기를 얻고 있네요. 8년째 글을 쓰는 작업이
더욱 행복해 집니다.
항상 행복 가득하게 담아내는 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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