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서른이 되면
나희덕
어둠과 취기에 감았던 눈을
밝아오는 빛속에 떠야 한다는 것이
그 눈으로
삶의 새로운 얼굴을 바라본다는 것이
그 입술로
눈물 젖은 희망을 말해야한다는 것이
나는 두렵다.
어제 너를 내리쳤던 그 손으로
오늘 네 뺨을 어루만지러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
결국 치욕과 사랑은 하나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겨울비에 낙엽은 길을 재촉해 떠나가지만
그 둔덕, 낙엽사이로
쑥풀이 한갓 희망처럼 물오르고 있는 걸
하나의 가슴으로
맞고 보내는 아침이 이렇게 눈물겨웁다.
잘 길들여진 발과
어디로 떠나갈지 모르는 발을 함께 달고서
그렇게 라도 걷고 걸어서
나 서른이 되면
그것들의 하나됨을 이해하게 될까
두려움에 대하여 통증에 대하여
그러나 사랑에 대하여
무어라 한마디 말할 수 있게 될까
생존을 위해 주검을 끌고가는 개미들처럼
그 주검으로도
어린것들의 살이 오른다는 걸
나 감사하게 될까, 서른이 되면.
새벽 1시 이제 서른 세살의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한살을 더 먹고 시간의 격자속에 놓여진 나를 바라봅니다.
나희덕의 글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과연 얼마나 내 생의 속도를 위한 신호등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더랬습니다.
앞으로 나가는 것 만큼이나 뒤의 것들을 바라보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한 삶의 나이가 되었다는 걸
또 그렇게 배워가고 있었나 봅니다.......
2004년 2월 11일 생일을 하루 지난 어느 새벽
홍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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