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영화 '감각의 제국'읽기-21세기 일본문화 독본

패션 큐레이터 2003. 10. 12. 20:49

 

 

오늘이 31일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바로 내일이면 4월이 되는군요.그리고 한국의 영화광들이 기다려오던 나기사 오시마의 '감각의 제국'이 상영되는 첫날입니다. 저도 가서 보려고 해요. 문화학교 서울에서 보았던 필름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가슴이 떨리는군요. 영화를 좋아하던 소수의 마이놀리티들이 한번 보았다는 것만으로 떠들던 영화.이제 시작할까요?


S#1-시네키드, 저패니즈 영화와 조우하다

학교에서 일본영화론 강의를 들을때 였습니다. 일본어에 까막눈인 관계로 저는 다니엘 뷔르쉬의 'TO THE DISTANT OBSEVER'란 텍스트로 공부를 했지요.그나마 다행히 서구인의 시각에서 쓴 일본영화론 중에선 그 책이 가장 괜찮다고 하더군요.오구리 고헤이가 '일본영화제 주관으로 한국에 온적이 있었어요.그때 다행히 동숭 시네마텍에서 그를 발견하고선 갖고 있던 'MOVIE & METHOD란 책 뒤에 그의 친필 사인을 받고선 기뻐하곤 했답니다.그 때 보았던 영화가 최근에 상영 했었던 히가시 요이치 감독의 '그림 속 나의 마을'이었어요.이 영화를 처음 볼 때의 감흥이란 참 아름답다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지만 비평가들은 이 작품에 대해서 무척이나 비판적이었답니다. 물론 그게 그 사람들의 직업이긴 하지만....그 내용은 뭐 이렇습니다. '그림속 나의 마을은 1980년대 이후의 일본 문화가 잉태하고 있는 공허함에 대한 역설적인 유희라구요. 좀 어렵게 들리더군요. 그래서 생각해 보건데 그 영화는 무척이나 정적인 느낌의 영화였어요. 차분한 카메라 워크와 보이스오버가 전반적인 내러티브를 이끌어가고...그런 면에서 무척이나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나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와 많이 닮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대한 비판력이 없고 영화적인 저항의 꿈을 만들어가기가 힘들다는 거였지요.

 

S#2-'감각의 제국':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빛 타자
 

앞에서 이야기한 다니엘 뷔르시의 '먼곳에 있는 관찰자에게-일본영화의 형식과 의미'는 단순히 서구인에 손의 의해 쓰여진 일본영화 연구서를 넘어 이른바 '정치적인 모더니즘'을 하나의 이론틀로서 제시하고 여기에 맞추어서 일본영화를 분석해간 탁월한 책입니다. 서문에 보면 저자 자신도 이것은 일본 영화사가 아닌 "일본역사의 견지에서 본 일본 영화의 본체에 대한 해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의 연희양식인 노오와 카부키 분라쿠등을 분석하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이 오늘날의 일본영화의 특유한 양상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어요.그것은 헐리우드 영화를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받아들인 일본이 미국식 고전적 헐리우드영화의 문법을 버리고 그들만의 '제시주의'영화를 만들게 된 하나의 계기가 된다고 말합니다.

'제시주의'란 지금의 틀로서 말한다면 프랑스적인 누벨바그 전략과 닮아 있어요. 즉 영화의미의 생산 과정자체를 영화의 상영중에 보여줌으로서 관객들이 극 자체를 투명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바로 헐리우드의 전통적인 '이음새 없는 영화''투명한 영화'의 미학에 대척점에서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일본영화는 '브레히트적인 전통'을 만들어 가게 되는 거지요.오늘 우리가 이야기할 나기사 오시마의 영화'감각의 제국'도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읽어나갈수 있을것 같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완곡적으로 표현해서'핑크 시네마'라고 불렀대요.사실상 '감각의 제국'을 포르노 그래피로서 규정한 것은 서구 사람들의 시각이지요.

1976년에 제작된 '감각의 제국'은 그 당시 일본열도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신문기사의 내용을 영화화 한 것이라고 합니다. 외부세계로부터 자신을 완전히 고립시킨 두 남녀의 성애와 죽음에 대한 집착을 그린 이 영화는 자기 파괴적인 성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서구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흔히 '영화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게 하는 영화'라고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막스 오퓔스 감독의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라는 영화와 무척이나 비교대상이 잘 되곤 합니다. 두 사람 모두다 스타일리스트인 데다가 영화에 대한 질문을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속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영화는 섹스와 정치성을 영화로서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 합니다. 위에서 사용한 '표현'은 영어의 ARTICULATION의 번역어지요. 영어의 expression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됩니다. 전자는 표현하다와 관계를 맺다라는 이중의 의미를 가지는 단어예요.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감각의 제국’은 성과 정치성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느가에 대한 화두인 셈입니다. 혹자들은 이 영화가 일본사회 내부에 감추어져 있는 군국주의적인 파시즘을 포르노그라피의 해체성을 통해 보여준다고 하는데 다소 설득력은 있는 담론인 것 같습니다. 스티븐 히스는 ‘감각의 제국’에 대해서 시선의 일치와 동일성을 깨뜨리는 영화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만큼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시선과 응시를 만들어내는 영화 내적 장치에 초점을 맞추어 바라봄으로서 다양한 시각속에서 영화를 판단할수 있는 근거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