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타이거 마스크에 대한 기억
초등학교 때였지 싶다. 우리에게 레슬러 천규덕과 여건부의 태그매치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유쾌한 볼거리였던 시절. 우린 그때 항상 반칙을 일삼는 타이거 마스크의 병따개를 빼았고 머리빡 한방의 헤딩으로 보내버린 김일 아저씨에게 흥분했었다......세월이 흘렀다......나도 또한 흘렀다. 세상이 시끄럽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을 운운하며 툭하면 우리가 남이냐는둥 핫바지냐는 둥 별의 별 설들이 설친다. 정칙보다는 위법과 탈선이 판치는 공허의 장.영화 '반칙왕'은 바로 이러한 반칙의 관습에 대한 새로운 패러디다.한때 올림픽 이후로 '빠떼루 줘야함다'를 연일 외치던 스포츠 해설위원의 말이 유행어가 되었듯 이 사회는 아직도 정직하지 못하다. 그렇다. 적어도 김지운 감독이 바라보는 이 세상에 대한시각또한 그럴 것이다. 삶의 현장과 피가 튀고 상대가 그로기 상태가 될때까지 죽어라 싸워대는 레슬링의 사각의 링이 별 반 다를 것이 없고 오히려 실제의 삶이 이보다 더 힘든 것을 푸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옷로비 사건의 주인공인 아줌마들은 한때 우리시대에 팽배해 있는 반칙의 아름다운 치매증상을 새롭게 자각시켜 주기도 했다. 이 영화는 아마도 아름다운 반칙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S#2-우리안의 파시즘,그 골리앗에 딴지걸기
그는 우리에게 '반칙'이란 단어가 부여하는 일련의 상상력을 영화적으로 차용하면서, 기존의 컨벤션을 부수고 거기에서 새롭고 신산한 느낌의 페이소스를 만들어낸다. 어눌하고 소심한 은행원 임대호의 캐릭터는 구조속의 인간이다. 가슴속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어디 한군데 터트려 볼때 없이 맞고 깨지는 소장파들의 숨은 무사다.
'레슬링'을 통해 비록 반칙의 캐릭터를 가진 인물로 태어난 대호는 사각의 무림에서 자신에게 감추어진 열정의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전진한다남자는 힘이다"라는 풍경, 결코 생경하지 않은 우리안의 파시즘에 대한 작은 사회학적 풍경을 이 영화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 파시즘의 공격성과 파괴력을 감추기 위해 우리는 가면을 쓴다.
사람을 의미하는 영어의 PERSON이 가면을 의미하는 PERSONA에서 온건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꽤나진부한 담론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김지운 감독은 작은 반칙을 범한다. 그는 대호가 자신의 마음속에 감추어진 골리앗과 대면하고 오히려 그와 싸울수 있게 이중의 가면을 선사한다.
임대호가 쓰고 나오는 울트라 타이거 마스크는 불문율처럼 성문화되고 있는 힘있는 '반칙'에 대한 작은 도전이다. 그는 이 사회와 자신에게 작은 딴지를 걸고 반칙을 일삼으며 분통어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무사가 되는 것이다.그가 진정으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은 대마왕 부지점장의 헤드락이 아닌듯 하다. 오히려 그것은 자신을 둘러싼 가부장이 만들어내는 허상과 위선이다.
인간의 숲속에 숨기워져 있는 그 이중의 잣대와 진짜 반칙의 룰들이 싫었지 싶다. 강철 존(IRON THE JOHN)의 신화가 한마디로 MYTH였음을 인정하게 하는 영화, 감독은 그러한 허상을 우회적으로 하나씩 허물어 가며 파시즘속에 침윤되어 가는 우리 자신의 이미지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린다.
그의 가면이 찢기워질때 오히려 우리는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성차에 대한 이중의 잣대와 남성의 역활에 대한 영화적인 벽파술.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오히려 가벼워 짐을 느낀다. 가면을 쓰지 않고서는 살아갈수 없는 이 사회에 우리또한 함묵의 동의자이므로......그러나 우리는 한가지 희망을 엿본다. 구성애의 걸걸한 입담과 정운영의 촌철살인적인 토론문화,지역주의를 극복하자고 희망의 연대를 외치는 시민들....이제 진정으로 이 더러븐 세상에 아름다운 반칙을 거는 사람들로 인해, 우리는 더 나은 곳으로 갈수 있으리라는 믿음. 이제는 가지려고 한다......
그때는 비록 우리의 얼굴에서 울트라 타이거 마스크가 벗겨진채 피흘리고 있는 거리의 나목이 되어도 행복할 거다.
나 또한 꿈꾸어 보고싶다. 한번쯤은 멋진 드롭킥으로 한번은 멋진 똥침으로 링 위를 나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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