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영화 <친구>를 보고-갖고싶은 내 안의 섬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어제 영화 '친구'를 보았다.

후배가 그렇게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영화여서

약간은 기대반 하지만 연기가 부족한 두사람이 걱정되서 또한 두려움 반으로 영화관에 들어섰다.

  

 

화면이 시작되면 어린시절 방역차를 따라

졸졸거리며 달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병치되며

극의 화자인 상철의 나래이션이 시작된다.

우리 모두 내면에는 섬이 있다는 말과 더불어

난 산개된 그 섬의 경험들을 하나씩 짚어가고 싶노라고....

마치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에서

차용한 듯한 문장의 느낌이 신산한 봄의 시간들을 채우고 있었다.

 


 

이 영화의 배경인 부산은 내 고향이기도 하다

어린시절 을숙도와 자갈치, 영도다리의 풍경들이 다시금 내 안에 들어왔다.

물론 용두산 공원의 시계탑과 전망대가 보였다. 검정색 교복을 입고 다닌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내겐 극중의 인물과 같은 시간대를 보낸 2명의 형이 있다.

스모키와 핑크 플로이드,딥퍼플과 퀸....형은 메탈을 좋아했다.

 


 

81년도였나, 영화 '롤러 부기'가 당대의 인기를 끌면서

롤러 스케이트장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당시에 아빠가 사준 2개의 롤러 스케이트를

탔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부산의 바다들이 지금처럼 오염되진 않아서 다대포만을 제외하곤

다른 모든 해수욕장에서 멱을 감는 일이 가능했었다. 군용 고무타이어 하나만 있으면

친구들 4명이 그걸 붙잡고 오랜동안 바다위를 유영했던 기억이며 그 위로 내리는

햇살들의 따스한 미립자들이 내 기억의 저장고 위에서 떠다닌다.

어린시절 성에 눈뜨게 되는 시점과 그 아련한 기억들이

이 영화에는 잼있는 소품으로 끼어든다. 펜트 하우스와 플레이 보이지를

가지고 있으면 교실에서 최고의 짱이 되는 세대의 풍경.

 


디지탈화 된 지금에 그런 기억은 구닥다리의 시간이 되었지만

어쨌든 딴에 어린시절 무척이나 고민많고 심각했었던 척 했던 시간이었다.

사실상 아날로그 세대의 섹슈얼리티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은 영화적인 비네트(소품)으로 등장하는 씬이 있다. 역시 배경은 뒷골목이다.....그 당시 모든 역사는 뒷골목에서 이루어 졌으니까.

그 당시 부산은 일본과의 교류가 비교적으로 쉬웠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형의 메탈리카를 향한 꿈을 키워주는 데 거의 7할의 역할을 했던 것도 백판들과 일본에서 나온 뮤직 라이프 잡지 였다.내가 알고 있는 음악의 절반은 거의 형에게 들었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부분또한 이러한 70년대에서 90년대를 관통하는 다양한 문화적인 코드들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회상이란 차원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영화다.

 과거의 이야기에 천착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하중이 그만큼 무겁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영화사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다룬 느와르와 억압된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멜로 드라마가 판을 쳤었다.

왜 이렇게 회상이란 문화적인 코드가 다시금 우리 안에서 복원되고 있는가.

현재에 대한 반성일수도 있고, 지나치게 빨라지는 현재의 삶의 일상성의 속도로부터 탈주하고

싶은 386 세대 감독의 감성적인 도전이기도 하다.

 

 

그때가 아름다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영화적인 노스텔지어는 전략적인 성공을 거둔다.

진정으로 다시 그때를 돌아보면 과연 그럴까?

그때의 시간 또한 치열했고,버겨웠으며 힘들었었다.

순수란 과거시제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라고 믿고 싶은

나약한 우리들의 심성이 거기엔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친구....친할친 옛구....오랜동안 곁에두고 함께 하는 소중한 벗이라는 말.

극중에 유오성과 장동건은 건달밥을 먹고 자라 또한 건달이 된다. 그리고 서로를 죽인다.

친구또한 변할수 있다는 것인가, 세상이 그리 만든다. 물질적인 조건과 문화적인 조건들이.....

나는 대학에 가고 그 친구는 못가고, 변치 말자며 떠들어 대도 삶의 하중과 조건들은

그런 시절의 기억들을 어느새 기억의 분수속에서 지워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란 평생을 통해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섬이다.

문제는 그 섬들 사이에 가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적다는 거다.

그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