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을 맞아서 오후에 나들이를 나갔습니다. 제가 있는 UBC에서 버스로 30분 정도만
가면 퀸 엘리자베스 공원이란 곳이 있거든요. 아래의 사진들은 그곳에서 찍어 본 것입니다
해발 157미터의 작은 산 중턱에 만들어진 공원입니다. 안에 식물원도 있구요.
원래 채석장이었던 곳을 온갖 식물과 꽃들이 만발하게 피어나는 공간으로 재창조 한 곳입니다.
어제는 벤쿠버에 가을을 알리는 비가 내렸습니다. 오후가 되어 청신하게
개인 하늘을 보니 어디론가 갑자기 나가고 싶더군요.
퀸 엘리자베스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벤쿠버에서 살아가면서 흔히 느껴지곤 하는 감정의 소이입니다만
사실 캐나다란 곳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다른 것에 있지 않았습니다.
흔히 경제학에서 공공재란 표현을 사용합니다. 개인의 재화가 아닌
우리 모두가 사용할수 있는 것. 그런 이유로 그걸 얻기 위해 경합해야 할 이유가 없는
그러한 재화. 이것을 우리는 공공재라 부릅니다. 캐나다가 가지고 있는
풍성한 공공재는 바로 이러한 풍요한 자연경관과 도시란 경쟁의 장소속에서도
한번쯤 쉬고 느리게 걸어볼수 있는 산책의 시간들을 허락할수 있는
많은 곳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공원 길목마다 풍성하게 피어있는 꽃들의 형상들이 서늘한 가을 햇살아래서
빛나고 있었습니다. 꽃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시간의 흐름속에서 생명을 다해가는것
그렇게 작은 생명속에 깃들인 온 우주를 보는것. 느린 산책의 시간이 주는 선물이겠지요
어둡고 먼 기억들.....가을햇살아래 습해진 내 상처의 모습들을 드러내고
말갛게 말려볼 참입니다. 가을은 깊어짐을 위한 시간인것 같습니다.
봄은 가까운 땅에서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 온다.
꽃잎을 이겨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김현승 님의 '가을'이란 시를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어 봅니다.
가을 햇살아래 느리게 걷기-햇빛 찬란한 나날들 속에서 제게 주어진 작은 행복들의
무게를 재어보는것. 아니 계량화 하기위한 노력을 하기 보단 그냥 그대로 감사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연습을 하고 햇살아래 짭조름하게 걸러낸 행복의 간장에 비벼 먹을수
있는그럼 무색의 밥같은 것........가을을 우리를 깊게 하나 봅니다.
새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5-6 피리어드는 가장 주요한 과목들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많은 노력이 따라야 하는 시간이 될거 같습니다. 열심히 앵무새가 되어야 하죠
그러다보니 이전부터 해왔던 심도깊은
작가론은사실 다소 힘에 부칠듯도 하구요. 이렇게 캐나다에서 살아가며 발견하는 일상의 풍경들을
한번담아보는 것으로 한동안 만족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만 남아있네요. 행복한 한주 되시구요.
햇살아래 그냥 흘려 보내버리시라고요.....그렇게 제가 손을 모으도록 할께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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