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캠룹스에서-세익스피어를 사랑한 엔지니어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S#1-돌아오는 길

 

로저스 패스를 돌아오는 길은 고즈넉하면서도 주변의 풍광들이 빛의 입자를 토해내는 모습에

그저 반하고 마는 길이다. 물론 로저스란 식민주의자의 명령에 의해 캐나다의 풍경들이 이름을 얻었던 것은 의외다.

그 배면엔 역시 자연을 측량하고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들이 만들어 놓은 또 다른 풍경이 존재한다.

 

로저스 패스를 통과하면서 보는 산들의 풍경

암반과 협곡 사이로 겨울 내내 적층된 눈으로 인해 시야가 시원해진다



로저스 패스를 따라 목재의 도시 캠룹스에 도착해 일정을 풀었다. 이곳의 계곡과 산들은

록키의 산들과는 달리 메마를 풀과 반 사막 지형의 모습을 안고 있다. 캠룹스는 목재의 도시로 알려져 있고

대부분의 산업적인 기반 자체도 포레스트리 산업이 전부다.

최근에 비철제조기반을 확충하는 등 부산한 노력들이 이루어 지고 있는 인구 8만여명의 도시.

그리고 여기를 대표하는 하키팀의 이름은 블레이져. 이름만큼이나 캄룹스의 산들은 약간 작은 관목들이 성글게 드리워져 있다.

 

패스를 넘어가면서 저녁 노을을 맞아 붉으스레 변해가는

록키의 모습. 따스하다.....햇살아래 따스하게 용해되는 자연의 풍광들이......

 

캠룹스(kamloops)의 다운타운 정경, 평범한 도시의 면모들

 

캠룹스의 전경이 보이는 하이웨이에서......고속도로가 높은 위치에 있어서

아래 풍경들이 눈에 시원하게 잘 들어온다.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을 양편으로 가지런한 소도시의 고즈넉함.

 

 

캠룹스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제 다시 브리티쉬 콜럼비아 주로 들어간다. 벤쿠버에 들어가기전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다던 코키할라 캐년으로 가서 산책을 하고 다시 처음에 썼던 캐나다 퍼시픽 레일웨이와

관련된 13개의 터널들을 보려고 한다. 원래 CPR의 초기 역사를 보면 미국 철도회사와의 경쟁적인 구도속에서

동부와 서부를 잇기 위한 위험한 철도 놓기를 계속하게 된다. 이때 바로 코키할라 캐년을 뚫는 거대한 공사가 시작된다

지금은 그냥 관광을 위한 장소로만 사용되고 있고 13개의 터널은 예전의 노역의 기억만을 간직한채

녹슬어가는 레일과 함께 멋진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코키할라 캐년 입구

유유히 협곡 사이를 흐르는 물의 움직임 속에 겨우내 변해버린

갈빛 자연의 나목과 속살들을 껴안아보고 싶은 시간......

 

이 철도공사의 엔지니어를 맡았던 멕컬록이란 사람이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너무나도 사랑한 나머지

그가 일했던 13개의 터널에 각각의 세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오델로, 이아고,리어등

다양한 이름이 붙어있는 터널을 통해 그 당시의 험준했던 캐년을 정복하기 위한 기계적인 인간의 노력을 엿볼수 있었다.

 

코키할라 캐년.....벤쿠버 여행에서 의외로 나를 사로잡은 곳이다.

 

 
어두운 터널 뒤엔 빛이 있는 법이라는 영어표현이 있다.

이번 짧은 여행은 사실 너무나도 빠른시간내에 지쳐버린 내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었다.

사실 사진으로 남기려고 했던 캐나다의 자연은 내 동공속에 차창을 통해 박혀버린 수많은 입자들의 기억에 비하면

너무나도 남새스럽고 초라하기만 하다.

 



기회가 된다면 여름의 록키를 다시 가고 싶다. 화려한 수사학으로 무장한채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는

그곳으로 꼭 시간을 내어 대지의 곳곳을 직접 발로 걸어다니는 트레킹 코스를 꼭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
겨울의 상처가 다하고 이제 록키에도 서서히 봄이 오고 있는것을 느낀다. 해빙의 시간에는 타자들에 대해서

그리고 나를 둘러싼 자연의 모든 산물앞에서 겸허함을 가지고 모든 것을 용서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기에.......
그렇게 좋은 시간의 움직임들을 선사한 아름다운 여행에게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눈 추억들에게 감사하며.....

 



브리티쉬 컬럼비아주의 자연, 이번 내 여행의 주요한 초점을 이룬 도시들.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이 무얼까 생각하며 정리를 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삶은 자연을 모방하고, 그 자연을 통해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모방을 위해 원형을 끊임없이 살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은 녹록치 않지만, 그분의 형상을 따라 지어진 모상으로서의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를 둘러싼 환경과 호흡을 맞추어내는 일임을 배우며.....또 그렇게 살며 살아가며 배우며 이 부족한 여정의 방점을 찍어본다.

나와 함께한 그 시간의 사금파리와 녹청빛 풍광에로의 끌림, 이 모든 것을 빗어낸 토기장이의 솜씨에 감사하며.....

 

오늘 들으시는 곡은 유키 쿠라모토의 Virgin Road입니다

처음가는 길.....정도로 생각하면 좋을듯 하네요. 여행을 하다보면 배우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길이

처음가는 길이었음을요. 그것에 익숙해질 때쯤 또 새로운 길을 만나고, 이전의 습속을 버리고 그 주어진 길에 끌리게 되는것

행복한 이 지구별 여행자의 삶이겠지요. 이 여행이 끝날무렵 내 안에 계신 분을 만나는 일도 처음가는 길이라는거

알고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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