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하늘 호수 아래.......레이크 루이즈의 겨울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겨울 록키여행에서 레이크 루이즈를 만나다

얼어붙은 레이트 루이즈의 표면을 걸어 호수의 심장부까지 걸어갔다.

여행은 즐거웠고 함께한 멕시칸 아가씨와의 대화도 즐거웠고 유키 쿠라모토의 음악도 좋았다.

 

S#-1 레이크 루이즈에서

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제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류시화의 '여행자를 위한 서시' 를 읽다가 적어보았다.

여행은 내게 많은 책을 읽고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 같다.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이런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미처 사유하지 못한 것들이 실타래처럼 풀려나옴을 경험하는 것. 이런 것들 말이다.

 



S#2-지나치는 풍경들의 흔적

이어지는 여행은 요호국립공원 내의 내추럴 브리지를 넘어 골든과 기차역의 도시 필드를 통과하여

드디어 꿈꾸던 레이크 루이즈에 도착하는 일이다. 유키 쿠라모토의 피아노 소품으로 잘 알려진 '레이크 루이즈'
하늘 호수 아래 서서 광막한 자연을 바라봅니다. 너무나도 정처없이 처연한 모습으로 인해 실망하기도 합니다.

온통 사진속의 레이크 루이즈는 여름의 풍경만을 담아온지라, 시간의 방부제처럼 얼어버린

겨울의 레이크 루이즈는 사뭇 일견에 보기에는 시시해 보이기도 하고 이게 그거야? 하고 물어보게 됩니다.

이걸 위해서 그 긴 시간을 운전을 해서 왔나 싶을 정도로 말이지요.하지만 이곳을 오기 위해 지나쳤던

수많은 이정표들과 그 속에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던 내 안의 모습들을 저는 바라볼수 밖에 없었습니다.



투명한 겨울호수. 하늘과 맞닿은 곳에 멀리 빅토리아 빙하와 붙어버린 호수의 적요한 풍경속에서

제겐 지난 4개월동안 정신없이 지나쳐 버린 모든 시간의 지침들을 다시 돌려볼수 있는 여유가 생겨버린 것이었지요.
이곳으로 유학을 온지 4개월남짓, 부산한 일상의 그물에 갖혀 진부해질대로 진부해진 제 눈의 비늘을 벗어내고

다시 한번 이곳에 올때의 각오와 신념의 방식들을 되내어 보이고 싶었습니다.
이번 사진은 자연의 다리와 레이크 루이즈의 정경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이상하리 만큼 기대가 컷던 곳입니다. 레이크 루이즈는요.

하늘호수아래 서면 뭔가 다시 이루어질것 같은 가느다란 희망의 선들이, 나를 다시 한번 죄어줄수 있을 것 같은 생각들이

들었어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록키가 다 나름대로의 빛깔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저는 항상 겨울의 록키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표면으로 구성된 시간.

대지와 사물의 표피위에 앉은 눈송이들로 인해 모든 사물의 외곽선이 단순하게 드러나는 침잠의 시간.

겨울은 우리에게 모든 것으로 부터 단순해 질것을 요구합니다.

 

단순해지고 싶습니다. 삶의 하중으로 부터, 나를 지으시고 부르시는 그 분의 목소리를 닮아가고 싶습니다.

단순함 속에 베어있는 위대함을 익히고 싶습니다. 레이크 루이즈는 제게 그 동면의 시간을 그렇게 말하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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