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렸습니다.
요즘처럼 가을의 길목에서 많은 비가 내리고 그렇게
내 마음의 물의 정거장에 가두어진 깊음의 가을은
또 다가오고 맙니다.
오늘같은 날은 이 수많은 빗물들의 고향같은
푸근하면서도 오롯한 생의 무늬를 만들며 살아간 한 여류화가를 생각합니다.
비의 고향 우향(雨鄕) 박래현의 작품입니다.
위의 그림은 56년 그녀가 대한민국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노점'이란
작품입니다. 누구가 삶의 무게가 버겨웠던 가난했던 시절.
50-60년대의 시대의 음화를 강인해 보이는 여성의 이미지로
단아하게 그려냈던 이 작품을 볼때마다
이 당시 자식들을 위해 가열차게 생을 살아오신 어머니 세대를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운보 김기창의 아내라고
알려져 있기엔 너무 큰 자신의 세상을 가졌던 화가
비의 고향......래현
그녀의 그림속에 드러난 여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단정한 이 나라의 쪽빛 하늘의 빛깔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60년 그녀가 그린 '풍요'란 제목의 그림인데요.
물론 그녀의 그림 한쪽을 충분히 채우고 남는 풍성함과 여성의 관능미가
눈길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따뜻한 노란색 색조가 주된 힘으로 화면 가득히 메워진
이 그림속엔 빛깔의 풍성함 만큼이나 바스러져간 그 시대의 상처를
안고도 남을 일종의 영혼성이 담겨 있는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박래현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여인과 고양이'입니다.
전제적으로 느껴지는 빛깔의 정조가 어둡고 회색빛 가득한 것이
이전의 그림과는 다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여인의 주위를 둘러싼 검은 그림자와 검은 고양이는
아마도 여인의 지금....바로 그녀의 녹록치 않은 생의 풍경들을
말해주는 작은 소품으로 역할을 하는듯 합니다.
더구나 면을 분할하고 작은 붓터치로 일일이 점을 찍어
마치 '우점준'의 현대적인 재생을 보여주는 작품의 힘들은
볼륨감과 더불어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생경한 풍경들을 넉넉하게 이겨내는
모습을 나타내는듯 합니다.
'
사랑이 올 때 - 신현림
달은 찻잔 속에 떠 있고
그리운 손길은
가랑비같이 다가오리
황혼이 밤을
두려워 않듯
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
시드는 걸 생각지 않으리
술 마실 때
취하는 걸
염려않듯
사랑이 올 때
떠남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봄바람이 온몸 부풀려갈 때
세월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
오늘같이 젊은 날은 더 이상 없네
아무런 기대없이 맞이하고
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진대도
봉숭아 꽃물처럼 기뻐
서로가
서로를 물들여가리
신현림의 시를 읽으면 왠지 모를
곤조랄까......
그럼 힘들이 느껴집니다. 비의 고향 우향 선생님의 그림 속에서
읽어낸 그런 작지 않은......여전히 버리지 않은 희망이란 단어의 깊이
그런 것들 말이지요.
우향의 마지막 작품 '이른 아침'처럼
내일도 여전히 다가오는 아침의 기운 아래
최선을 다하는 생의 자락들을 그려내는 하루가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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