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의 화가 이숙자
이 분의 그림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로 기억됩니다.
어머니가 정기구독하던 모 여성잡지에 이 분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되면서 이 분의 그림을 알게 되었지요.
이 분의 그림을 볼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강인한 생의 의지랄까......
청보리밭에서 나신으로 누워버린 인간의 모습이
에로티시즘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내 안의 풍경에 살포시 가라앉는
힘의 소나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올해 봄.....너무나도 산재한 많은 삶의 일거리로 부터
해방되고 싶었던 5월 홍콩 출장을 마치고 몸과 마음을 추스리면서
차를 몰고 갔던 곳이 전북 고창입니다. 한국의 근대사에서 동학혁명이 일어났던 그곳.
이곳은 청보리밭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선운사와 미당의 영혼이 있는곳.
이 곳에서 예전 몇장의 사진을 디지털의 표면위에
올려내면서 생각했던 것이 이숙자 화가의 그림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을 볼때....그 풍경의 무늬와 조응할수 있는
화가의 그림을 함께 보는 것을 즐겼던 터라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겨우 내 예전 우리들의 얇디 얇은 뱃가죽의 허기들을 덜어주었던
그 보리밭이 이제는 정처없이 드높은 하늘 아래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이없게
펼쳐져 있습니다.
겨울의 차가운 시간......그 흐름의 결을 따라
이제는 잔설이 녹아내리는 우리내 땅의 남도에서
보았던 그 청보리밭은 서리발 내리는 차가운 대지의 기운 속에서도
여전히 생명을 위한 존재의 힘을 잉태한다는 점에서도
이숙자의 그림에 나오는 여인의 누드는
이러한 생명력을 드러내는 일련의 아이콘으로 보여집니다.
점점 더 황폐의 끝에서 바라보는 내 자신의 답답함을
견뎌내고 시간의 칼날을 이겨내야 하는 시간에 마주치게 되는 제 자신을 보면서
저 청보리 밭에서 힘을 내어 생명의 힘을 재현하는
이숙자 화가의 그림이
오늘 따라 유독.....녹아 내려가는 겨울의 잔설처럼
여전히 허전하게 내 마음의 한 구석을 매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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