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MBA 다이어리 68-엄마가 차려주신 밥상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S#1-Food for Thought


영어에서 '생각거리'란 뜻으로 food for thought 란 표현을 씁니다.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는 것과 내 몸에 자양분이 되는 먹거리를 먹는 행위를 동일한 선상에서 풀어내는 표현이지 싶습니다. 그 만큼 우리 모두 타인들의 생각과 사유를 기반으로 우리의 모습을 더욱더 벼리어 갈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제 서재에는 꽤 굵직한 문화인류학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베네딕드 루스의 '문화의 패턴''국화의 칼' 그리고 저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들었던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열대'와 '야생의 사고'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작은 인간'등이 그것인데요. 


인류학의 발원을 보면 식민주의 시대에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복종과 지배를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일련의 기도가 있는 것임을 부인할순 없지만 마빈 해리스의 말처럼 우리 작은 인간들은 '단백질의 섭취'를 위해 다양한 식습관을 형성해 왔을수도 있구요 그 안에서 요리란 일련의 스펙트럼을 통해 인간이 살아왔던 혹은 살아가는 방식을 읽어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동안 유학을 하면서 특히 이곳처럼 인종의 타피스트리를 이루는 캐나다 같은 곳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요리에 대한 감수성이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구요. 그러한 지적 감수성이 없이는 문화적인 국수주의에 빠지기가 쉬워집니다. 




S#2-엄마가 차려주신 밥상


저는 버릇처럼 이곳에서 CHAPTERS라는 서점체인에 가면 꼭 요리책 코너를 들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요리도 좋지만 테이블 세팅을 배워보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여기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아마 최근엔 한국에서도 이 분이 인기를 얻고 있던데) 마사 스튜어트 리빙이란 잡지도 자주 보구 이곳 푸드채널에서 그녀가 하는 요리 강습도 자주 보고 있습니다. 여기 캐나다도 책시장의 매출규모를 보면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의 종류중 2위가 바로 요리책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다보면 예전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이 그리울때가 많습니다. 엄마는 요리를 잘하는 분이였습니다. 엄마에게서 배운 치즈케익이며 다양한 조림요리, 국거리 다듬기,밑반찬 만들기 기술들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안 항상 제겐 좋은 생활의 지혜가 되었답니다. 


이상할 정도로 저는 외국에서 생활을 할때마다 요리를 좋아하는 안주인들을 만났던거 같습니다.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을때 홈스테이 맘은 세상의 모든 쿠키를 직접 다 구어야 속이 풀리는 할머니셨구요. 뉴질랜드에 있을때 홈스테이 맘은 파블로바란 파이를 비롯해서 온갖 파이를 매일 구어서 교회의 교구분들과 나누는 재미로 사시는 아주머니였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죠. 프랑스에서 코르동 블루란 조리학교를 졸업한 제일 친한 후배덕에 프랑스식 푸딩을 배울 기회가 있었답니다. 이곳UBC에 와서 만나는 학생들 중국학생이 상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제가 있는 마케팅 전공은 스페인과 인도 이탈리아, 러시아, 이란에서 온 친구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매번 문화주일이라고 해서 각국문화에 대한 페스티벌이나 소규모 파티를 여는 일들이 많은데요. 바로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그들만의 식문화를 배우게 되는 기회가 되었던거죠. 이런 경험들과 세계를 여행하면서 배우게 된 음식의 역사들을 이제 칼럼에서 10회 정도의 시리즈로 묶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를 읽다보면 인도의 암소숭배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적확한 해석과 만나게 됩니다.  굶주리면서도 암소를 잡아먹지 않는 인도 농부들은 서구 관찰자들에게 때로 종교적인 신념이나 혹은 괴이함으로 다가올때가 있지만  '암소 숭배' 라는 힌두교의 '신화화된 의식(ritualized ceremony)' 뒤엔 `물질적 생산력(productivity)'이라는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죠. 


소똥조차 부엌 연료로 이용되는 인도의 소들은 농경지를 경작하거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인도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축이며, 실제로 인도의 소들은 식용으로 이용되는 미국의 소들보다 몇 배 이상의 사회적 유용성(social utility)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의 시선이 때로는 문화유물론이란 자신의 시각에 뭍혀버릴때도 있지만 그의 성찰은 또한 우리에게 식문화를 통한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방법론을 빌리자는 것은 아니구요.

 

그런 문화적인 시선들을 가지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각국의 식문화와 음식에 대해서 써보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