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레이크 루이즈 가는 길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로저스 패스를 지나면서......

S#2-슬픈 전사들의 후예

아침을 먹고 운전대를 잡은 지금 모피상의 교역지였다는 로저스 패스를

지나 요호 국립공원으로 가고 있다. 요호는 멋지다는 의미의 인디언 말이다.
첫날에 통과한 코키할라 고속도로는 두개의 작은 물고기란 뜻을 가지고 있다.

원래 캐나다는 인디언의 대지였다. 그들은 인간과 대지가 하나임을 믿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요호국립공원에서 BC 주 대부분의 국립공원들은 이런 전형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난 험준한 산의 형태 속 드러난 영성을 좋아한다.

 

 

요호 국립공원을 가면 헬기로 정상의 빙하들을 볼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좀 비싸긴 하지만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빙하는 햇살을 투과하면서

그 투명성에 에메랄드와 푸른물감을 잔뜩 부어놓은 빛갈을 토해낸다.

 

그들은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묶어서 범주화 했고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총포앞에 무릎을 꿇고 그들은 어머니의 대지를 문명의 힘앞에 굴복시키고 말았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키에누 리브스란 이름이 인디언식 이름인 것을 아는지. 그뜻은 산위에 부는 미풍이란다.

인디언들이 슬픈역사는 이중의 아픔을 갖고 있다. 캐나다 기행을 통해 자주 보게되는 인디언 보호구역.

 

 

눈덮힌 에메랄드 호수의 정경

아마도 이 사진을 찍을 때, 내 마음은 가장 환하게 피어나고 있었지 싶다

은세계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그들은 물론 그 안에서 완벽한 보호(?)를 받는다. 교육과 세금혜택등의 무상지원등.

그러나 그들은 이미 박제가 되어버린 사멸한 조상의 후예들이다.

정부의 보호아래 더 이상 도시의 마을로 내려오기를 포기한채

살아가는 사람들. 생을 위한 동기부여도 이제 그들에게 찾아볼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생은 철저하게 마모되고 식민화 되어진 셈이다.

 

 

에메랄드 레이크의 뒤편 숙소. 봄에 다시와서 보았다.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역시 청록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물의 이미지가 우리를 편안하게 한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던 그들의 마을에는 이제 개인의 사인화된 이름들이

하나씩 그 자연의 깊음과 울림을 파괴하며 붙여져 간다.

지금 지나는 로저스 패스는 캐나다 횡단철도 공사중 험준한 록키산맥을

넘어가는 길목을 발견한 로저스 대령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

 



영연방 국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화적 코드 중의 하나가

 바로 이렇게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마을이나 혹은 발견물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건 사실 식민지적 사고가 아직까지 묻어있는 흔적들이다.

지형을 측정하고 개발하고 거기에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하며

식민지의 정당성을 확인해왔던 영국적 풍토가 거기엔 베어있다.

인간의 파괴적 본능이 문명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지점이다.

S#3-에메랄드 호수에서

요호 국립공원내의 에메랄드 호수.
겨울에 보는 호수의 풍경은 적요함 그 자체다. 목재다리 건너 보이는 호수와

산들의 풍경. 인간의 마을을 감싸고 도는 모성적 자연의 푸근함이

내 응시의 그물속으로 밀고 들어온다. 여름엔 온통 에메랄드빛 호수빛깔이

가득하다던 이곳은 온통 은세계다. 이런 세계를 디지탈로 담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에메랄드 호수의 겨울.....봄과 겨울 두번에 걸쳐 단행한 록키 여행 중

많은 걸 생각하게 한 시간의 앙금들이 내 마음 속에 걸려있다.

 

에메랄드 호수의 봄이 올때......산 중턱에 걸려 있는 녹지 않는 만년빙하들이 눈길을 끈다

 

 요호 국립공원 내의 에메랄드 호수,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풍취를 풍기는 곳이 아닐까 싶다

 
전문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닌이상 눈의 색온도를 잘 살려

내 동공에 박혀버린 그 이미지를 그대로 화각속에 가두어 두는 일은

 너무나도 어려운 작업이 되길 일수여서 일단 찍어 놓고 보면 내 얼굴은

자연속에서 흐릿하게 녹아져 가는 그런 느낌이 들때가 많다.
이번에 올리는 사진은 주로 에메랄드 호수와 그 주변의 풍경들입니다.

 

 

S#1-다시 길 위에서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류시화의 '길 위에서의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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