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사랑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영화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사랑에 관한 이야기.....영화를
통해 내게 보여지는 사랑은 여러 가지 빛깔로 다가온다.

스콧힉스 감독의 영화 "샤인"은 그런 의미에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영화다.세상을 긍정하는 따스한 응시의 힘. 난 이 영화를 통해 바로 이런 힘을 배웠다.


시종일관 이 영화의 작가는 자신의 영상속에서 사랑에는
두가지 형식이 있음을 보여준다.그것은 사람을 파괴하는 사랑과 사람을 완성시키는 사랑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형태의 사랑이든지 그것이 갖고 있는 힘은 대단해서 그에 따라 삶의 조건 혹은 실존의 양상은 판이한 궤적을 그려낼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인물인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의 삶을
기초로 만들어진 영화...."샤인"


그의 생은 두가지 사랑의 프리즘으로 읽을수 있다.
사랑이 갖고 있는 파괴적인 본성과,또한 이것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본성이 그것이다.

 

데이빗의 아버지 피터는 음악애호가였고 영향으로 데이빗은 피아노를 배우게 된다. 전쟁의 상흔속에서 자신의 어린시절 치유되지 못한 내면의 상처는 자식에 대한 독점적인 사랑으로 변하게 된다.

 

 


사랑이 갖는 파괴적인 힘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둥지 바깥으로 자식을 내보내지 않으려는 집요함 으로 변하고 데이빗을 깊은 우울증으로 몰아간다. 연주회를 통해 너무나도 과도한 긴장과 아버지의 과도한 사랑이라는 가면으로 다가오는 완전주의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하는 그에게 지금까지 내밀하게 진행되어 왔던 그의 신경증을 폭발시키고 끝내 자신은 자폐증의 공간으로
내몰려 간다.


디어도어 루빈은 "우울증이란 내면의 독선적인 요소에 굴복하는 한 평생동안 인간의 자아와 참된 자질들이 낭비된다는 인식으로부터 발생하는 절망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시종일관 아들에게 "나만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주입시키는 아버지의 모습. 그 모습속에 인간의 자유정신과 참된 자아를 위한 성장은 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길리언'이라는 여성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고 피아노를 시작하게 되는 데이빗. 그녀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그의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바른 정체감의 회복을 일구어 낸다.


그를 누르고 있는 삶의 하중들.그것이 그를 파괴하는 풍경이 될 때에도.....절대자의 따스한 시선은 항상 그를 지켜보며 그와 함께 한다는 것. 완전주의라는 정신적인 절망은 은혜를 통해서만이 치유된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의 에필로그는 아버지의 묘지앞에 서 있는 데이빗과 길리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자식을 구속하지 않고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아버지와 이러한 아버지를 사랑하면서도 단호한 거부로 이런 사랑을 높은 차원으로 승화시키지 못했던 데이빗.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 상처의 풍경으로만 가득찬 여정은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