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아름다운 비행-그들이 저 하늘을 나는 이유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새들의 울음소리는 캄캄한 우주 공간을 운행하는 천체들의

비행음처럼 인간에 의하여 통어되거나 해석되지 않는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물가의 갈대숲을 건너와 인간의 고막을 기계적인 진동으로 흔들 뿐,

저들의 울름소리는 인간에게 들리지 않는다
-김훈의 기행산문집 '풍경과 상처'중에서

제가 살던 곳에서 자전거로 1시간 쯤 열심히 가면 을숙도란 곳이 있었습니다.

철새들의 도래지로서 아름다운 갈대밭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지요. 한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장구한 비행을 하는 새때둘.....

그들은 추위와 먹을거리로 부터의 망명을 꿈꾸며 자신의 보금자리를 향해 날개짓을 합니다.

 

1969년은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해이기도 합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수정구슬처럼 아름답게 보이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작은 움직임들이 태동하기 시작하지요.

바로 이해에 유명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결성되었고 그보다 좀더 일찍 1962년에는 레이켈 카슨이라는

해양 생물학자가 무차별적인 살충제 살포로 인한 생태 위기를 고발한 '침묵의 봄을 써써

대대적인 현대의 환경운동을 촉발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간들은 자연이 인간에 의해 지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닌 함께 공존하는 장임을 깨닫게 되기 시작한거죠.

 

 

 

오늘 써내려갈 영화 '아름다운 비행'(1996년작 캐롤 발라드 감독)은

바로 이러한 환경의 가치와 우리가 자연이란 대상을 바라보야할 태도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 영화입니다.

 

 

원래 이 영화의 원제는 FATHER GOOSE...그러니까 아빠 기러기 정도가 어울리겠지요.

하지만 각색의 과정에서 안나 파킨의 역할에 비중을 두기 위해서, 그리고 영화적인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

FLY AWAY HOME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참으로 단순합니다.

 

 

어찌보면 쉽게 읽어낼수 있는 한편의 가족 드라마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는 단순한 헐리우드식의 가족 멜로드라마의 드라마 투르기를

극복하는 그 어떤 것이 있는듯 합니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고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따라온 딸 에이미,

그녀는 어느날 파헤쳐진 늪지의 그루터기에서 버려진 캐나다산 기러기들의 알을 발견하고 이를 집으로 가져옵니다.

 

 

소녀는 이들을 부화시키기 위해서 이불을 덮어주고 조명을 설치하는 등 부산한 노력을 합니다.

노력을 아는 것인지 깨어난 캐나다산 거위들은 태어나서 처음 얼굴을 본 에이미를 자신의 어미로 생각하게 됩니다.

극 중에서 이것을 '낙인이론'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는 상당부분 실화에 근거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1993년 빌 리시먼이라는 발명가가 자신이 만든 초경량 비행기를 가지고 캐나다산 기러기를

캐나다에서 버지니아까지 이동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 이후 철새 이주 프로젝트는 환경운동과

조류학계 양쪽의 관심을 끌면서 상당히 오랜동안 지속되어오고 있습니다.


S#2-새들이 편대를 지어 나는 이유는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새들의 비행....이들을 돕는 인간들의 모습. 자연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그들의 모습에 저는 다시 한번 따스함을 느끼게 됩니다.

 

사고로 엄마를 잃은 소녀의 모습과 또한 사고로 어미를 잃은 기러기들의 교감, 그들은 같은 상처를 안고서 함께 비행합니다. 그 비행을 통해 그들을 서로 화해하고 서로의 신뢰를 다시 한번 회복합니다.

 

그들이 편대를 지어 자신의 엄마라고 믿는 에이미와 함께 비행하는 법을 배워가면서 다시 한번 자연이라는 어머니의 품에 회귀하는 법을 배워가듯이 에이미도 아버지와 화해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사이몬 윈서의 '프리윌리'보다 더 세련된 면모의 영화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MIGRATION OPERATION에 대한 상세한 디테일과 내용들,안개속을 해치고 도시의 숲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모습, 그 아래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광경들.정말이지 자연은 우리의 어머니임을, 그런 이유로 결코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될 그런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자연에 대한 남성의 파괴는 기러기들로 하여금 어미새를 잃게 합니다. 자신에게 자연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줄 정신적인 멘터를 잃어버린 새들. 아마도 그들은 쉽사리 이 자연속에서 사멸할 위험을 가지고 있었을지 모릅니다.그들은 인간을 통해 양육되고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인간은 자연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롭게 창조해 나가야할 책임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에 의한 인간의 배제, 남성이란 종에 의한 여성의 배제 혹은 타자화와 마찬가지로 인간에 의한 자연의 타자화는 또 다른 파국을 불러일으킬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의존하며 살아가는 생명의 논리를 다시 한번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참으로 때가 위험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모이기를 피하지 말고 정말 우리가 소외시켰던 모든 대상들에 대해서 사랑의 관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PS.우연히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중에 비디오 가게에 들러서 약 40개쯤의 비디오를 샀습니다. 오늘 '아름다운 비행'도 그 중의 하나였구요, 이 영화를 소장하고 싶었던 까닭은 바로 위에서 말한 바로 그러한 마음들을 저의 다음에 태어날 제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어서 였습니다.....하긴 그때는 또 다른 편리한 매체들이 있겠지만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