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영화'인터뷰'-유리동물원 속의 타자들의 풍경

패션 큐레이터 2003. 6. 9. 11:52

 

 

S#1-뤼미에르에서 수잔 손탁까지

영화란 무엇인가? 사실과 진실은 어떻게 다른가. 이 두가지 단어의 중심 위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아크로바트를 행하고 사는듯 하다. 프레임 속에 비추어진 현실이 과연 진짜냐 혹은 개입된 감성의 구토물이냐? 영화는 끊임없이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은 그릇이다.

 

빌 니콜스의 ‘보이스 오브 다큐멘타리’를 읽으면서 난 여러가지를 생각했었다.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과 현실을 말한다는 것은 꽤나 차이가 있는 작업이라고 말이다. 빌 니콜스는 기호학과 정신분석학의 틀을 이용해서 역사적으로 다큐멘타리의 양식을 4가지로 세분화 한다. 1.교훈적 2.하나님의 목소리 3.인터뷰의 방식(string of interview) 4.자기반영성의 양식(self-reflexive)을 빌린 다큐멘타리 이상이다.

 

그리어슨을 중심으로 했던 영국적인 전통의 다큐멘타리는 시민을 교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큐멘타리를 이용한다. 민주정치의 토대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들에게 영화는 아주 좋은 정보배분의 매체였다. 하나님의 목소리란 다큐멘타리의 기능중 다양한 목소리를 통제하에서 담을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세번째와 내번째의 양식이다. 인터뷰의 양식을 빌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 장 뤽 고다르는 이러한 양식을 통해 이미 ‘남성/여성’가 같은 영화에 하나의 컨벤션으로 차용을 했다. 변혁 감독의 영화 ‘인터뷰’도 바로 이러한 인식의 선상에서 이해될수 있을 것이다. 내가 영화 ‘인터뷰’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영화 만들기에 대한 질문의 과정으로서 만들어지는 다큐멘타리이기 때문이다. 바로 매체가 현실을 반영하는 과정, 그 과정에 대한 질문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S#2-인터뷰-내가 세상과 조우하는 방법
영화 [인터뷰]는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던 감독이 일반인들을 인터뷰하는 과정 중에 한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 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 영화는 진실과 허구의 공간적인 경계 넘나들기를 통해 프레임을 통해 비추어지는 사랑이란 추상성에 대해 질문하고 답한다. 이것이 주인공들의 실사와 다큐멘타리의 진정성과 일종의 전략적인 하이브리드(잡종교배)를 이루어 냄으로써 내러티브에 힘을 실어준다.

영화는 일반인들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은석(이정재)이 카메라에 담은 일반인들의 연애이야기... 이 과정에서 은석은 모니터 화면 속 영희(심은하)의 모습을 보게 된다.은석은 영희를 만나면서 '객관적 관심'에서 '주관적 사랑'으로 변해가는 자신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바로 여기에서 영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축으로 다큐멘타리가 가지는 진실의 힘을 역전하는 듯 보인다. 영화가 시작되면 원탁에 둘러 앉은 제작부원들의 이야기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좋은 영화의 조건이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수 있을까 초반 5분을 장악할수 있는 영화 영화 ‘인터뷰’의 제작은 바로 이러한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의 신화들을 하나씩 벗겨나가면서 시작된다. 우연히 접한 카메라 앞에서 무심코 내뱉은 한 마디로 인해 거짓말을 시작하는 영희. 그녀는 인터뷰를 계속하는 과정 속에 자신의 실제 모습을 조금씩 내비치기 시작하고, 결국엔 거짓 인터뷰의 중단을 결심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다름아닌 이러한 연행의 구조에 있다. 영화가 갖는 치유의 힘이 바로 이러한 진실의 힘에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 한다. 사랑에 대해서 질문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인화된 경험에 대해서 투명하게 프레임속에 담아낸다. 그들의 대화는 카메라 옵스큐라 안에서만 존재한다. 아직은 실물의 자신들과 만나기 전이다. 무엇보다도 이영화가 갖는 장점은 인터뷰란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내러티브를 인터랙티브한 구조로 변화시켰다는데 있다. 사랑에 대한 주관적인 개입, 그리고 그 틀속에서 이루어지는 실사의 사랑. 이것들이 아름답게 혼성되면서 영화는 중심의 힘을 견지한다.

S#3-삶은 그렇게 계속된다
영화적 진실과 사실의 차이. 이 영화는 그가 담아내는 카메라의 풍경 속에서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타자에게 다가가 사랑이 무엇이라고 묻는 행위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수있다. 또한 영희에게 사랑을 느끼고 교감하게 되면서 개인적인 장막을 걷어가는 과정은 사실이다. 감독은 교묘하게 진실의 유리벽을 통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투명하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질문자와 응답자의 문답으로 진행되는 인터뷰 과정. 그 안에서 싹 트게 되는 둘 사이의 교감은 어느 순간 '질문과 대답'에서 '대화'로 발전하게 한다. 낯선 대상에서 익숙한 연인이 되기까지, 서로에 대한 관찰과 견제에서 상호개입으로 발전하는 연인의 모습은 인터뷰에 임하는 둘의 모습과 흡사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신을 반영하는 거울인 것을 그의 차갑지 않은 비디오 영상은 아스라히 포착해 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