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읽었던 수많은 동화들은 어디로 갔을까? 여러차례 이사를 다니면서 내 방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색바렌 동화책들은 거의 찾아볼수가 없었습니다. 계몽사란 출판사가 있던 시절, 30권의 세계 명작동화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즐거운 무우민네'라는 동화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명작동화의 권수만큼의 나이가 되어서야 갑자기 이 유쾌했던 동화가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 동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더군요. 핀란드의 소설가인 토베얀슨이란 분의 글이었습니다. 영문자료 밖에 없어서 쭉 읽고 났더니 참 우연의 일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무슨 말이냐구요?
제가 최근에 스웨덴과 핀랜드와 비즈니스 관계를 새롭게 맺게 되었습니다. 북유럽쪽 비즈니스가 느슨해 있는 상태였는데 최근에 열리게 되었거든요. 핀란드는 여행을 통해서 자주 가보았지만 사실 그녀가 핀란드 태생인것은 이번 계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네요. 무우민의 고향은 헬싱키입니다. 정확히 보는 그들의 이미지는 하마를 닮아있습니다. 어린시절 도예가였던 아버지와 예술가였던 어머니 덕에 예술적인 감성이
아주 풍부했던 그녀는 오빠와 툭하면 싸우곤 하면서 오빠의 모습을 흉칙하게 그려냈는데 이것이 훗날 무우민의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핀란드의 난탈리에 가면 무우민의 테마파크가 있답니다. 저는 가보지는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25세부터 스웨덴에서 쓰기 시작한 무우민 시리즈는 그녀가 2002년 향년 86세로 죽을때까지 76종류의 이야기를 써냅니다. 이후로 34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아주 많은 소년/소녀 팬을 가지게 되지요.어린시절 무우민네를 읽으면 참 행복했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동화속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너무나도 착하고 순해빠져서 맨날 당하기도 하는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었는데요.
「언젠가 아빠와 엄마에 대해서 조금씩이라도 생각해 낼 수 있게 되면 좋겠다. ……
우리, 조금 독특한 가족이긴 했지만, 행복했어. 꿈처럼.」이모는 말했다.
「아빠는 학자였고, 기인이었지. 그래서 집안에서는 정해진 일상이란 건 아예 없었어.
마음 내키면 온 가족이 멋진 정장 차림으로 외식을 하러 나가고,
비가 계속 내리면 엄마가 장 보러 가지를 못해서,
빵 하나를 온 가족이 둘러앉아 뜯어먹었지.
폭풍이 오거나, 눈이 많이 내리는 밤에는,
4명이서 창가에 모여, 하늘을 보며 잠들었지. ……
여행도, 여기 저기 아무데나 갔었어.
어느 날 갑자기 출발해서, 야숙도 많이 했지. 1개월이나 산 속에 살았던 적도 있어.
너의 그 능력이 재미있어서, 트럼프의 무늬를 맞추게 하는 놀이도 했었단다.
칭찬해 주면, 네가 아주 좋아했었어. 그래,
무우민골짜기의 생활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백야 같은 매일. 경계가 없고, 각각의 생활 그 나름대로 편안해 하면서,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 할 수 없었지.……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 계속, 어떤 저주나 축복처럼, 몸에서 빠져나가지를 않아.」
천천히, 옛날을 엮어내는 눈동자에 비치는 가족의 풍경 속으로
상상이 빨려 들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데, 난 가슴이 아팠다.
추억을 지니고 있는 이모가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의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슬픈예감'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무우민 골짜기는 파로 핀란드의 숲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무우민은
경계없는 생과 각자의 편안함을 누리면 살아가지요.지금의 현실이 어려울때 마다 자꾸 무우민의 삶으로 퇴행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럴수록 다시 현실의 힘 앞에서 용기를 내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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