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명절 한가위......
스잔해지는 가을날씨가 달의 이면의 옷을 벗기며
이제는 좀더 진짜 이야기를 해보라며 우리를 닥달하는 시간
추석 선물겸 논문 쓰는 친구를 위하여 몇권의 책을 샀습니다.
책을 사는 일은 참 흔하디 흔하지만 외국에 보내기 위해 책을 사고
포장을 하느라 온갓 상자며 글루며 리본과 색실, 양면 테이프등
다양한 교보재를 사서 2시간동안 열심히 포장을 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참 쓸데없는 짓 한다'고 불리는 것들을 좋아합니다.
포장도 제대로 해보려고 정식으로 배우기도 했고, 기본적으로 과일깍는 것도
좋아해서 Fruit Cutting Technic 같은 책도 보면서 훈련하고
사이언 블루와 노랑색 물결무늬 패턴이 아름다운 테이블 세팅을 하면서 행복하고
빵 굽는 거 배우며 좋아라 하고 뭐 그럽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태어나길 이렇게 태어났는데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를 위하여
옅은 커피색과 짙은 브라운 빛깔의 리본을 사서 포장을 했습니다.
사진위의 인형은 선물 받은거구요. 그냥 장식삼아 찍었습니다
원래 굵은 리본은 사선형태로 매어주면 예쁜데요.
오늘건 책이 3권이나 되다보니 박스가 커서 안정성을 위해 그냥 십자 형태로
매어주었습니다. 가는 리본으로 다시 한번 데커레이션 하고
은구슬을 글루로 접착하면 모든게 끝나지요.
자 이제 선물속 책 소개를 할까 합니다. 올 가을을 맞아 제가 읽어보고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들을 골랐습니다.
우선 사진논문을 쓰는 친구를 위하여 고른 책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중간예술' 이란 책입니다. 사진의 존재론 같은 책인데 58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에요
행복하게 읽어내기는 다소 무리인 책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두번째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베스트셀러다 보니 교보에 가니 선물과 함께
비닐포장되어 있어서 바로 샀고요.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마지막 책
'행복한 사람 타샤튜더'입니다. 어제 3번이나 읽고나서야 리뷰를 썼습니다.
그냥 오늘을 옮겨쓰도록 하겠습니다
잦은 출장으로 내 독서의 대부분은 비행기나 기차에서 이루어진다.
글의 속성과 매체가 다를때 받는 인상은 다르다.
시를 읽을 때와 산문을 읽을 때, 혹은 긴 호흡의 장편을 읽을 때가 다 다른 것이다.
어디에서 책을 읽느냐도 상당히 책의 느낌을 달리하는 일에 일조하는 듯하다.
열차로 한적한 프랑스의 시골 마을에 내려갈 때는 알랭 드 보통의 산문이 제격이었고,
시드니에서 골든 코스트로 가는 먼 버스 여행길엔 ‘내 책상위의 천사’를 읽었다.
이 책을 읽을수록 느낌이 참 다르다.
뉴질랜드의 빙하길과 활강하는 곡선의 평야를 여행할때는
프루스트와 유하의 시집을 번갈아 읽었고,
한국으로 돌아와 남도여행을 할 땐 박완서의 책들을 읽었다. 아주 꼼꼼히.
하이네를 읽기위해 억지로 하이델베르크를 간적이 있을만큼,
책은 읽는 곳에 따라 그 메시지와 느낌이 달라진다는 내 믿음은 여전하다.
그러고 보면 출장을 하며 읽어낸 책의 목록들이 솔솔하다.
공지영과 에쿠니오 가오리를 두 사람의 특징을 비교해본적도 있고,
각 도시의 분위기를 그려낸 사진집과 여행기를 읽는 일, 소설가 이문열이
골라놓은 세계의 단편들을 읽어간 일, 성석제와 김훈의 텍스트 속
긴 호흡과 짧은 호흡의 은유를 삼켜내는 일은 행복한 추억이다.
아마 2년전쯤이었나 모 항공사의 기내잡지를 읽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하나 읽었다.
소박하고 단아한 느낌의 할머니가 주인공이었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19세기초 풍의 옷을 입고, 30만평이 넘는 정원을 가꾸는 예쁜 할머니.
100권이 넘는 동화책의 작가이자 삽화가. 바로 타샤 튜더다.
솔직히 나랑 통하는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인형을 좋아하는 일과 그 옷을 만드는 일, 오후의 티타임을 위해 허브차를 내는 일,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는 것과 귀여운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들의 정원가꾸기에 대한 애정을 배울수 있었던 내겐,
뉴욕 양키의 남다른 정원사랑이 그리 색다르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소박하고
부지런하게 영혼의 정원을 손질하는 그녀의 손끝에서 전략가의 마음을 배운다.
캐나다의 저명한 기업전략가인 민쯔버그는 ‘전략이란 정원사의 마음이다’라고 했다.
끊임없이 손질을 하고 다듬는 과정을 즐기는 일. 편차가 생길때마다 수정할 각오를
하고 다시 한번 마음의 밭을 어루르는 일. 그것이 전략가의 마음이다.
마샤 튜더의 행복한 에세이를 읽다보면 한편으로는 부러움과 또 한편으로는 반성의 기운이
오롯이 마음 한구석에 돋아난다. 나는 살림하는 걸 좋아한다.
가족들을 먹이고 살리는 일이 곧 살림이다. 죽임의 언어가 도처에 산재하는
요즘에는 특히나 이 살림의 언어는 우리에게 또 다른 대안의 삶을 말하는 거울이 된다.
현재 나이 91세의 이 곱단한 할머니, 타샤튜더. 자신의 동화만큼 동화 같은 생의 이력을
그려가는 삶의 캔버스엔, 그녀가 스스로 만든 양초의 밝은 빛이 잔잔하게 녹아있다.
생의 밝음은 부지런함에서 오는 것임을 이 할머니를 통해 배운다. 베틀에 앉아서 천을 짜고
염소젖을 짜서 요쿠르트를 만드는 예쁜 할머니.
그녀의 책에서 살림법을 배우는데도, 이전에 읽었던 살림의 귀재, 마샤 스튜어트와는
완전히 그 느낌이 다르다. 타샤 튜더 할머니의 집에는 살림을 빙자한
가식보다는 따스한 온기와 투박한 질그릇의 질감이 숨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우리 내 생에 존재하는 것은 시간이 주는 차별성을
느껴보라는 신의 작은 배려가 아닐까 싶다. 그녀가 가꾸는 버몬트 주의 커다란 정원을,
그녀가 키우는 꼬리가 짧은 우아한 웨일즈산 코기견과 함께 거닐고 싶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시간은 강과 같아서 굽이 굽이 흐르는 것이라면
그 흐르는 시간의 결 위에 살포시 누워, 부산한 생의 이면 속에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고 싶다.
유장하게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는 나를 말하는 ‘진짜 이야기’를 하게 될지 아는가.
참 고맙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행복이란 것이, 그 조건이란 것이 참 단순하
고 명확한 것임을 보여주셔서. 참 고맙다. 그래서 행복하다.
눈 내린 풍경은 그림 그리기에도 좋다. 무성한 잎사귀보다 한결 수월하다.
효과를 내기 위해 무수한 종류의 초록색을 쓸 필요가 없으니.
그저 파르스름한 그림자와 함께 희게 칠하면 된다. 또 눈은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든다.
잔디, 잡초, 느릅나무의 윤곽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그것들은 언제나 예쁜 꽃다발 같다. 느릅나무들도 마찬가지고.
멀리서 보면 줄기만 보고도 골라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모양이다.
–타샤 튜더-
단순해지고 싶다.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수많은 삶의 스트레스로부터,
땀을 흘려볼까? 부지런하게 진부하다고만 느낀 내 삶의 요소들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중요한 생의 꿈들이, 그 파아란 실루엣이 더 두르러져 보이게 되겠지……
꽃은 무엇보다도 향기로워야 한다.
내 동백꽃이 치자꽃의 향기만 지녔더라면 얼마나 완벽했을까?
동백꽃의 꽃잎은 꼭 도자기로 만든 듯잉 곱지만 향기가 없는 것을.
-타샤튜더-
작약은 취하게 하는 향기를 지녔고, 아주 보드랍고 매끈해 보인다.
연분홍빛이 가장 맘에 들지만, ‘대초원의 달’이라는 흰색이 도는
노란색 작약은 마법처럼 아름답다. 작약의 이파리는
여름 내내 곱게 남아 있다. 걸레 모양으로 죽는 장미와는 달리 작약은 우아하게 죽는다.
-타샤튜더
향기나는 생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작약처럼 우아하게 살아가는
내 생이 되기를.....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의 생도 그 무늬도 그러하기를 기도합니다.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사진 보너스
제목: 각시의 기습....(이런기습을 빨리 받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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