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저 놈의 목을 베어라-아르테미시아 젠틸레시

패션 큐레이터 2005. 7. 16. 11:22

 

 

즐거운 주말이 돌아왔습니다.

오전에 러시아 바이어와 처리할 일이 있어서 장시간 통화를 하고

마무리 한후 이렇게 다시 제 블로그에 앉았습니다.

이번 8월에는 러시아와 이탈리아에 출장을 갑니다.

무엇보다도 러시아와 이탈리아의 우피찌 미술관을 다시 가 볼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그럴려면 현재 하는 비즈니스가 성사되어야만(?) 하지요.

 

플로렌스 우피찌 미술관에서 사실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때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

여성이라는 것과, 그림의 장면에서 느껴지는 섬뜩함과 공포감이 상당히 머리속에

오래남게 했던 작품이었더랬습니다.

 

우선 이 그림의 배경은 성경에 나오는 유디뜨란 인물을 바탕으로 합니다.

성경에 흔히 앗수르라 표현되는 고대의 제국 앗시리아로 부터 자신들의

선민들을 구출하기 위하여 유대의 한 미망인이었던 유디뜨는

그 당시 자신들을 억압한 홀로페른 장군에게

민족의 반역자인양 자신을 꾸미고서 적진에 하녀와 함께 침투하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그와 함께 연회를 열고 술에 취하게 만든후

그의 목을 칼로 자르는 아주 섬짓한 장면이

바로 이 그림에서 재현되는 것이죠.

 

흔히 유디뜨는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로 간주되기도 했다고 해요.

어찌되었든 이 그림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쉬(Artemisia Gentileschi)란 여성 작가의 그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흔히 페미니즘 미술에서 많이 인용하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또한 그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카라밧지오와

같은 계열의 작가였고, 그런 아버지의 영향이 그녀의 그림에는

잘 드러나 있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그녀는 아버지의 조수로 부터

강간을 당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이

그녀의 그림속에서 다소 강하게 재현되고 있음을 읽을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카라밧지오는 무엇보다도 작품 속에서 회화의 극적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한 장치로서 조명의 빛의 사용에 유의했던 사람이었고

주인공에 대해서 아주 배타적일 정도로 클로즈업에 가까운

광량의 조명을 쏟아냄으로써 그림에서

화자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켰습니다.

 

또한 젠틸레시는 카라밧지오의 이러한 영향아래

빛의 사용과 그 당시 사용되던 고대의 이상적 인체미 대신

아주 현실적인 모습의 사람들을 그려냄으로써

사실주의의 새로운 시작을 열어내는

공헌을 하게 되지요.

 

이번 주말은 비 소식으로 가득하네요.

우울해 하지 마시고 우리안에 답답했던 흔적들을

이 그림속에서 폭발하는 힘으로 한번 덮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홍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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