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흑색 주인과 백인 하녀-잉카의 작품들을 읽다

패션 큐레이터 2005. 7. 13. 09:33

오늘 읽어볼 현대 작가는 잉가 쇼니발이란 설치미술가입니다.

사실 저는 이분의 작품을 사진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요.

그는 자신의 사진작업을 위해 모든 과정의 시작과 끝을 조각과 설치를

이용하는 분입니다.

 

 

그의 작업속에는 자신의 정체성이 숨쉬는 아프리카의 대지

나이지리아의 문화적 정체성과 영국적 정체성들이 혼재하면서

백인들의 시선으로 그려냈던 아프리카의 문화적 정체성들을 다시 한번

전복시켜서 읽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풍성한 색채와 다양한 시나리오와 함께

그는 우리를 유혹하거나 혹은 즐겁게 합니다.

사실 제가 그분의 사진을 만나게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들어 저는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다양한 세기의 그림들 속에서 표현되는 의상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옷은 제 2의 피부이자 자아의 확장이라는

의미에서, 사회적 소통을 위한 기호가 된다는 점에서 아주 주요한

연구의 테마가 될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 왔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잉카 쇼니발은 역사적으로 정확하게

구현된 의상과 소도구들을 자신의 설치물로 이용하는 작가입니다.

이것들을 통해서 그는 우리들에게 새롭게 쓰여지는 역사와 이야기들

적어도,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의 절반이 형성되어온 영국의 상류사회와

그 역사에 대해서 '뒤엎는 발언'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위의 두 작품에서 확연하게 발견할수 있는 것은

빅토리아 시대의 주거 형식과 그가 즐겨 사용하는 네덜란드 산 바틱원단

(바틱은 아주 색채가 풍성하기로 유명합니다) 과 로코코 시대의

거장 프라고나르가 그려냈던 그런 화려함과 부박함, 가벼움과 유쾌함이

그의 작품속에 녹아있는 것이지요.

 

 

 

위의 작품은 잉카 쇼니발의 2001년 작품 '그네'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그의 작품의 배경이 된 로코코 시대의 작가 프라고나르의

'그네'입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바라보는 그 시대의 모습들

사실 핑크빛 드레스와 던져지는 신발, 그애게 구애하는 연인과 그네를 미는 남자들

사실 이 명화속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환상입니다.

 

아마도 잉카는 이러한 로코코 시대의 환상 배후에 있는

아련한 경제학적이고 문화적인 실재와 씁쓸함을 다루고 싶었나 봅니다

 

 

사실 많은 영국인들의 그의 작업에 대해서

불편함의 심기를 느끼는 것은 그리 무리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1962년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태어난 작가는 이후 공부와 작업을 위해

영국으로 건너옵니다. 흔히 비평가들이 그를 가리켜서 탈식민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의 작품에서 나이지리아와 영국의 문화적 정체성의

경계들이 자꾸 허물어지고 애매모호한 발언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문제는 바로 이러한 작업들이

우리가 문화란 개념에 대해서 다루어왔던 우리들의 태도에

상당한 변화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작품 '어느 빅토리아 신사의 일기'를 보세요.

그의 대표작이자 그를 현재의 위치로 올려놓은 대표작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백인 하녀와 흑인 주인을 대비시킵니다.

이제까지 그는 다양한 예술 매체를 이용하여 작업을 해왔습니다.

회화와 사진, 조각과 설치 이뿐만 아니라 재현된 사진과 미술사에서 차용한

미술관의 작품들. 그는 이러한 '뒤섞기' 작업을 통해서

 

 현대 속에서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의식적인 의식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함으로써

자신의 재현의 정치학을 이루게 됩니다.

현대미술을 읽는 작업은 바로 이 재현의 정치학을

맥락속에서 바로 이해하는 작업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오늘은 첫번째 작은 소품이었구요. 앞으로도

탈식민 작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다루려고 합니다.

 

요즘 제가 준비하는 것이 있어서 자주 글을 올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많이 이해해 주시고, 격려해 주세요.

 

2005년 7월 13일

hongki71@copy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