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항공문화 Fashion In Soaring
국립항공박물관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월례 콜로퀴엄이 열리는데 패션과 항공문화와의 접점을 풀어낼 수 있는 강의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요청이었죠. 패션의 역사는 항상 단순하게 한 벌의 옷이 어떻게 태어났는가를 기술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가 입은 옷들은 시대의 환경, 정치적 변화, 각 나라별 교역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가 태어나고 여기에 영향도 받습니다만, 무엇보다 일상의 환경 속에서 우리의 몸을 보호하고 지켜내기 위해 만들어진 산물이지요.
우리가 입고 있는 옷들 중에는 비행기 조종석에 앉았던 이들이 극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입었던 옷들이 대중화 되어 나타난 것들이 많습니다. 이외에도 항공문화라고 하면 비행기 조종사 자체가 셀럽이기도 했고요. 이외에도 항공문화를 통해 패션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를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패션쇼라고 부르는 런웨이는 결국 비행장의 활주로를 뜻하는 말이잖아요? 이런 문화적 연결고리가 어떤 과정을 통해 풀리는지를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금요일, 갑자기 김포공항에 세찬 비가 내리면서, 박물관을 찾아가는 여정이 완전히 힘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최근에 항공사 유니폼 프로젝트를 마친 지인인 디자이너가 직접 찾아와 마음 한켠이 즐거웠습니다. 그녀가 만든 젠더리스 유니폼이 저는 마음에 들었거든요. 항공사 유니폼은 한 시대의 패션 트렌드와 항공사의 마케팅 전략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최고의 발명품입니다.
패션과 무엇과의 만남은 항상 즐겁습니다. 그것이 건축이나 문학, 철학, 예술일반을 넘어서 과학기술, 기후와 환경, 예전에는 해양문화와의 관계를 푸느라고 '바다에서 태어난 패션'이란 주제로 강의를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하늘에서 태어난 패션을 이야기 할 수 있었군요. 항공박물관이 신생 박물관이다보니, 컬렉션에 대한 열망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매혹적이고 견고한 항공문화의 서사를 갖춘 박물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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