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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 특강

패션 큐레이터 2022. 8. 21. 19:07

럭셔리를 넘어서, META-LUXURY

 

다가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SERI CEO 과정에서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주제는 바로 지금 최상급 브랜드들의 흡인력있는 요소들, 브랜드의 힘을 만들어낸 서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주최측에서 제게 알려준 주제지요. 하지만 저는 조금 한뼘을 더 나아가고 싶습니다. 저는 패션을 가지고 세계사적 관점을 도출해오는 일을 해왔고, 저술을 하고 강의를 하고, 전시기획을 하고, 심지어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일조를 하곤 했습니다. 패션 큐레이션이란 영역이 단순히 미술사의 하위 영역이 아니라, 독립적인 세계가 될 수 있음을 믿었기 때문인데요. 

 

강의하면서 제일 싫은 주제가 특정 브랜드의 역사를 앵무새처럼 읊는 것입니다. 자칭 인문학이란 렌즈를 빌려 브랜드의 역사를 쓴다고 하는 분들도 가보면 회사자료 이상의 것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을 트렌드처럼 가져다 붙여 쓴 결과입니다. 저는 패션을 풀기 위해서는 인문학 외에도 공학과 경제/경영을 비롯한 사회과학의 시선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속 패션을 풀어본 들, 철학자들의 담론을 패션의 생산과정에 접목해본 들, 결국 현장에서 경영적 실천을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통찰력을 주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게 싫어서였어요. 그렇다고 해서 패션경제Fashion Economy 란 이름으로 나온 담론들도 협소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순환경제나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가치사슬 분석은 개별 패션회사들의 운영론과 방식들에 능숙하지 않으면 너무 일반론이나 당위성만 이야기하다 말게 되는 위험이 있어요. 이번 삼성경제연구소 강의는 지금껏 했던 강의들의 결LAYER과 성과를 넘어서서, 역사와 경제학, 패션담론, 트렌드, 브랜드와 같은 5개의 힘Five Force가 어떻게 역동적으로 맞물리고, 시대를 해석해야만 기존의 럭셔리를 넘어서는 메타의 경지에 들어서는지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저는 최근 5년간 패션을 경제사의 관점에서 풀어보려고 애써왔습니다. 사실 이걸 하려면 금융과 세금, 국가 보조금 등 역사적으로 각 국가가 패션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사용했고, 그 정책의 효익분석 부터 역사적으로 해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제조업의 탄생시절부터 그들 또한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고객의 프로필을 만들고, 리테일 환경을 나름의 역사적 제약 속에서 만들어왔는지도 살펴봐야죠. 저는 르네상스 시대의 소매환경을 비롯, 패션이 한 국가의 경쟁력과 경제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표제어 중심의 공부를 합니다. 순환경제, ESG, 물류전략 같은 토막난 내용들이 아니라, 저 다양한 힘들이 서로를 어떻게 견인하고 때로는 밀어내면서, 패션이란 산업을 소비자와 연결시켜왔는지를 역사적으로 풀어보는 것. 그래야만 럭셔리의 개념이 시대별로 어떻게 달랐고, 오늘날의 럭셔리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이며, 어떻게 명품 브랜드의 반열에 들 수 있을지를 그려볼 수 있습니다. 이번 삼성경제연구소의 특강은 4회에 걸쳐서 이런 이야기들을 깊이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오시는 분들이 베블렌의 책을 다 읽고 오는 분들이라네요. 19세기 럭셔리를 둘러싼 논쟁과 어젠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깊이를 가진 분들일 겁니다. 꼭 한뼘 더 지도 밖으로 진군하는 강의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