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 파리 패션의 매혹
지금 부산문화회관에서는 파리 야수파의 거장 앙리 마티스의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와 연결해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는데, 저도 패션을 통해 앙리 마티스의 영향을 이야기 해보고 싶어서 합류했습니다. 마티스를 가리켜 우리는 색채의 마술사, 강력한 색의 언어들을 회화를 통해 구현했다는 식의 약간 '구조화된 표현'으로 그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는 패션에 매우 밝은 전문가였고,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직물과 직물의 무늬를 뜻하는 패턴, 표면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 영향을 그림 속에 녹여낸 사람이 마티스였어요.
역시 사람이 힘이다
너무 많은 분을 강연장에서 대면하니 힘이 났습니다. 사실 코로나 직후로 거의 비대면 강의에만 집중하다가 이렇게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나고 나니 마치 제 머리 속 세포들이 살아 숨쉬듯, 강연을 위한 스크립트를 까맣게 잊었지만 더 많은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100여명의 오디언스를 보니, 마티스와 20세기 초 파리 패션의 역사를 함께 엮어서 리서치를 단단하게 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경쾌하고 힘나고, 즐겁게 흘려보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마티스는 부계/모계 양쪽 다 직조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물론 종묘사업을 했지만, 부계 모두 유명한 직조공이었죠.
패션, 마티스 상상력의 시작
마티스의 작업 속에는 이 패션에 대한 집요한 애정과 깊은 연구의 뿌리가 회화적 상상력의 토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이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기존의 미술사 중심의 연구자들은 사실 패션과 마티스의 깊은 관계들을 풀어내는데 약한 지점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마티스의 그림 속에서 모델이 입었던 옷들이 당대 파리 오트 쿠튀르 디자이너의 작업이고, 누구의 작업인지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죠.
이후 마티스의 회화적 영향력이 패션에 미치고, 이로 인해 이브 생 로랑을 비롯해 현대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가 만들어낸 컷아웃 기법을 비롯해 다양한 색채감각을 어떻게 서피스 디자인에 적용하고 있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보려고 했던 시간입니다.
이날 함께 해주신 부산의 멋진 청중들에게 고맙고요. 다음에도 패션과 미술의 어떤 영역이 겹치는 곳에서, 저는 꼭 여러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누가 뭐래도 제가 제일 잘하는 분야가 맞는 듯 해요. 마티스의 그림 속 모델들의 옷을 디자이너와 품명까지 말해주는 옷덕후의 강의. 괜찮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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