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신의 사랑이 지상에 온다면

패션 큐레이터 2018. 3. 6. 11:42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Shape of Water를 봤다. 2018년 전반기 최고작으로 올려놓고 싶다. 이 감독의 영화는 빼놓지 않고 봐왔다. 그가 연출하는 SF와 멜로가 섞이는 혼종적 시나리오는 흥미롭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 경쟁에 돌입한 1960년대, 미국 사회가 가부장과 정치적 이분법의 덫에 걸린 채 흑인과 동성애자와 같은 소수자들을 소외시키던 과거의 양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 과거의 모습을 통해  '지금 이곳' 우리의 사랑에 관해 묻는다. 영화 속 수중괴물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정서를 드러내고,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과학기관의 '자산Asset'으로만 불린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주인공인 일라이자는 언어장애를, 그녀를 돕는 믿음직한 청소부 젤다는. 남편으로부터 항상 소외되어 있다, 주인공이 돌보는 자상한 화가 자일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파이가게의 주인에게 동성애 코드를 드러내다 세상의 벽을 경험한다. 영화 속 괴물은 결국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선택된 존재다. 괴물이란 뜻의 영어 Monster는 교훈을 위해 보여준다 라는 라틴어 Monstrare 에서왔다. 철학자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이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이 되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우리 안으로 들어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고 말하면서. 괴물을 통해  우리가 겪고있는 내면의 질병을 응시하게 되고 깨닫을 때 우리는 치유의 기회를 갇는다. 영화의 끝 괴물이 보여준 치유의 기적은 이런 진실의 반영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엔 다양한 상징들이 숨쉰다. 주인공이 사는 집 아래 극장이 있고 그곳에는 성서 속 룻의 이야기를 틀어준다. 룻Ruth의 이름에서 나는 Truth 란 단어를 떠올렸다. 우주 및 군비 경쟁으로 노이로제에 걸린 미국사회는 역으로 자연의 색 녹색에 사로잡혀있다. 물의 형태는 무엇일까. 물은 그 형태를 자유롭게 바꾸며 삶의 가장 후미진 곳까지도 적신다. 우리의 사랑도 그렇지 않겠는가. 만나고 사랑해야 할 사람을 범주화하고 구획하는 일, 직선의 사랑은 만남과 소통 대신 평행선의 세계 밖엔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물처럼 모든 것에 스며들어가는 무정형의 사랑, 낮은 곳을 향해 흐르는 마음의 모양을 가진 이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