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영화 라라랜드-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패션 큐레이터 2016. 12. 20. 19:24



영화 한 편을 꽤 몰입해서 봤다. 오랜만이다. 흥행 순항중인 뮤지컬 무비 <라라랜드>. 이미 수많은 관람객들의 단평이 올라온 지금 구구절절이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훔치고 만 것은, 사실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매번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여주인공의 모습, 자기 돈을 들여서 만든 연극무대와 그 뒷편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난, 대사를 표현하며 우는 주인공 앞에서 '짧게' 나가주세요 라고 말하는 심시위원들의 모습은 내게 낮설지 않아서다. 연기를 공부하면서 오디션들을 봤다. 통과할 때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었으며, 더 행복한 것은 감독이 나란 개인의 캐릭터에 맞추어 스크립트를 쓰고 배역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배우 지망생들이 이렇게 살아간다. 영화처럼 발생하는 기적은 '가뭄에 콩나듯' 하지 않고, 결코 존재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간다. 물량전이 되어가는 영화산업에서는 더욱. 영화 속에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발견하거나, 혹은 그들의 의지를 찾아 보는 일은 진부했다. 자신이 믿는 재즈의 본질, 그 역사와 아름다움의 조건을 지키려는 남자와, 배우였던 이모의 뒤를 이어 무대에 서고자 하는 여자. 그들은 동일하게 예술의 세계에 존재하지만, 예술이라고 해서 모두 그 이름 아래 '뭉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따로 또 같이, 다른 선율과 결을 가진 표현의 매체일 뿐이다. 그 둘의 사랑은 각자가 가진 악기처럼, 세상을 향해 분투하며, 삶에 대한 서로의 배역에 파고 들며, 서로를 치고 받으며 앞으로 나갈 뿐이다. 이 영화에 대해 주절거리기가 어려운 건, 아무래도 내 자신에 대한 영화적 동일시의 깊이가 너무 커서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