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탤런트 조민기의 성추행 사건을 생각하며

패션 큐레이터 2018. 2. 22. 20:31



#1

사회 곳곳에서 미투운동의 반향이 크다. 연극계에선 이윤택과 오태석과 같은 거장의 성추행 관련 소식이 연일 보도 중이다. 며칠 전, 탤런트 조민기씨의 성추행 폭로가 이어졌다. 오늘은 내가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올려놓는다. 꽤 귀한 사진이다. 인터넷에는 검색해도 없다. 당시에 찍고 내 사진첩에만 담아두었기 때문에. 

#2

2009년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측은 사진작가로 변신한 조민기씨를 위한 특별룸을 하나 만들었다. 그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였다. 방의 제목도 꽤 흥미로왔다. 벤자민 체크인 파라다이스란 Benjamin check in Paradise 제목이었다. 당시 나는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의 특별 도슨트 자격으로 작품을 소개했다. 그때 조민기씨를 뵈었다. 벤자민은 조민기씨의 애칭이었다. 

#3

미스코리아 한성주씨를 모델로 침대보 위에 찍어서 프린트한 작품이었다. 해외촬영이 많아 호텔생활을 자주 하다보니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그러고보니, 조민기씨의 각종 혐의는 호텔을 배경으로 하는게 많다. 온통 머리 속 그가 생각한 천국의 이미지란게 이런 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를 기리던 특별방의 이름은 이제 벤자민, 체크인 프리즌 Benjamin check in Prison 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와 딸이라는 컨셉의 방송으로, 다시 한번 사랑을 받았던 그를 알기에, 그의 감추어진 추악한 행보에 다시 한번 놀랄 수 밖에 없다. 

#4

청주대 연극영화과 교수 시절의 성추행 혐의로 수사 피의자로 전환된 그를 보며 생각에 젖는다. 이 땅의 예술계에서 일어난 수많은 성추행과 성폭행, 혹은 예술과 영감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여성을 향한 셀 수 없는 성적 범죄들을 어떻게 씻을 수 있을까? 미투는 계속 진행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예술계를 벗어난 일반 행정, 학계, 정치계까지 퍼져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서양미술사를 보면 19세기 후반까지도 여전히 여성화가들, 예술가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싫어했던 남성 예술가들의 아집은 그대로였다. 

#5

진보를 이야기하거나, 혹은 영혼의 해방을 거들먹거리는 자칭 앞선 아방가르드 작가여도 마찬가지. 그들에게 해방은 '여성'이란 타자에게는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혹자는 말한다. 예술가들의 성취와 도덕성을 떼어놓고 보자고 말이다. 나는 이 말에 반대한다. 예술성과 도덕이 일렬로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문제는 이 땅에서 비평가로서, 대가라는 평가, 혹은 신화화의 대상이 된 자들은 지난 세대의 예술적 관행과 또 다른 빛깔의 작업을, 차별화를 이뤄내면서, 자신의 작업에 염결성까지 부여해온 이들이었다. 이런 자들이 자신의 도덕성의 불투명성이 드러나자마자,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도덕을 빼자고 한다. 웃기는 이야기다. 미투 운동은 그저 여성운동계만의 캠페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제발 역사의 뒤켠으로 사라져야 할 한 시대에 조종을 울리는 것이다. 당신들의 시대가 갔다고 외치는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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