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인간에게 중독될 때-이 또한 범죄다

패션 큐레이터 2017. 7. 11. 16:40


인간중독사회의 민낯

예전 예장합동은 십일조를 내지 않으면 성도자격을 박탈한다는 헌법 개정안을 올렸다가 10여 분만에 기각됐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교회에 갈때마다, 쥐어주신 연보의 의미가 새롭다. 내 것을 내려놓고, 사회의 저 낮은 곳을 지향하며 채우는 돈의 힘이 있었다. 돈에 소외되진 않았다. 하지만 번영신학이 모든 성도의 태도가 되었을 때, 연보는 제도화된 교회 자체의 무한성장을 위한 헌금으로 변질된다. 헌금만 많이 걷어낼 수 있다면 그 교회는, 교단 노회가 앞장서서 보호한다.

예장합동은 교단 내 성추행범 전병욱 목사의 처벌을 매번 미루며, 타 교단을 이단색출이란 명분 하에 들쑤셨다. 꼼수가 빤하다. 교회 내부의 모순이 터져나올 때, 이를 해결할 역량이 없을 때 교회는 이단색출에 몰두하며 내부의 약자를 짓밟는다. 그렇게 내부의 모순을 외부의 사건으로시선을 돌리려고 애쓴다. 평신도의 저항은 거세지고,목사 숭배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여기 저기 터져나오는 지금, 전병욱에게 취해 있던 이들,모두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성추행범인 전병욱의 죄가 용서되진 않는다. 여자 성도에게 구강성교를 요구하고,결혼 주례를 부탁하러 간 이에게도, 심지어 임신을 한 여성도에게도 그의 성추행은 지속되었다. 전병욱은 '목사 한 개인에게 중독된' 폐쇄적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은 전병욱을 신처럼 생각했을까?

올해는 종교개혁이 일어난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평신도 행동이란 단체가 전병욱이 시무하는 홍대새교회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였고 교회개혁실천연대도 기자회견을 열어 전병욱 목사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2017년 6월 서울고등법원은 전병욱의 혐의를 인정했다. 그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나는 전병욱을 비판하는 이들을 비난하며, 그가 추악한 손길로 온몸을 더듬던 여자들을 향해 '꽃뱀'이라고칭하고 "교회를 파괴하는 사단의 전략" 운운하는 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빨리 종말이 왔으면 좋겠다"고.

종말은 물리적 세계의 종말이 아닌, 제도화된 교회의 종말이다. 하나님을 팔아 치부하며, 권력을 향유하던 너희 세계가 몰락하는 것이지, 하나님이 이 땅의 오심이 부인되는 것이 아니다. 그분은 오시고, 너희들은 몰락하리라. 이것이 종말이다. 전병욱은 한국적 종교개혁의 시발점이다.교회는 사회에서 무슨 짓을 하건, 교회법의 처분이 우선이란 논리를 펼치려거든, 교인의 총유재산으로 세워진 교회 또한 물적 토대를 사회에 두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너희가 정신의 소도로서의 교회를 주장하거들랑, 사회와 너희 가운데 선을 긋고, 결코 그 선 밖으로 나와서는 안될 것이다. 하루도 살아내지 못할 것들이 '성스럽게 구별된 백성'을 운운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