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패션매장 앞 고객들의 줄서기 행렬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는 것. 2004년 이후, 한국도 각종 한정판 제품과 콜라보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매장 앞에서 진을 친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번 미국의 타임지에서도 줄 서기를 일종의 하위문화로 소개했다. 스트리트 웨어나 스니커즈를 사기위해 줄 서 있는 이들이 서로를 동일 취향을 가진 집단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라나. 솔직히 H&M과 발망의 협업 제품이 깔렸을 때, 매장 앞 늘어선 줄을 보며 놀란 적이 있었다. 실제로는 제품을 떼어다가 웃돈을 얹어 파는 리셀러들이 더 많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한정판이 런칭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늘어선 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쾡하게 바라본다.
패션매장 앞 대기행렬은 고도의 심리전이 펼쳐지는 전쟁터다. 서비스 경영에서 대기행렬관리(waiting in line management)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품질 및 고객만족도, 브랜드 인지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줄서기는 성관계를 예로 들면, 일종의 전희단계(Foreplay)에 해당한다. 줄을 서면서 사람들은 흥분하고, 기대한다. 사람들은 매장 앞 줄서기를 보며, 해당 제품의 품질이 더 좋을 것이라 추정한다. 이에 맞추어 기업은 매장 외부의 줄서기와 더불어, 점포 내 줄서기 및 혼잡(congestion) 수준도 관리한다. 샤넬 매장에서, '이 줄 까지만 들어가실께요' 라고 말하는 건 사실 점포 내 혼잡도를 관리하기 위함이다. 점포 내 한정된 공간에서 신체적 혼잡함을 느낄 때, 사람들은 눈 앞의 제품이 한정되고, 희귀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뇌가 이런 방식으로 사인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제품을 구매할 자유를 가진다. 이 자유로운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고, 제약을 가할 때 사람들은 일종의 반발심이 돋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려보라.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저 아이는 안된다'란 말을 부모로부터 듣는 순간부터, 자신의 선택에 더 많은 심리적 에너지를 투사하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지. 사회심리학에서 이런 심리를 이론화한게 Reactance theory 라고 부른다. 반발심리 정도로 풀어도 좋겠다. 자칭 명품 매장의 줄서기는 이런 교묘한 심리전을 이용해 브랜드의 인지도를 관리하는 것이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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