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카 트럼프, 백화점에서 쫒겨난 날
미 대통령 트럼프의 딸, 이반카 트럼프. 패션 모델로서 셀럽으로 활동하던 그녀는 대통령 선거전때도 많은 이목을 끌었다. 워낙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인데다 패션사업가로서의 입지기반도 꽤 있던 편이었다. 그녀는 파크 에버뉴의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패션의 코드를 잘 공격했고, 실제로 이는 그녀와 가장 근접한 라이프스타일이었고 패션 스타일링의 축을 이루는 토대였다. 우리로 치면 청담동 며느리 룩이라고 해야할까?
워너비로 불리던 이반카가 빅엿을 먹었다. 노드스트롬과 마샬, 니먼마커스 백화점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가 축출된 것. 매출부진에 의한 브랜드 교체다.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는 실제 매출과 이익률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된다. 브랜드가 가진 아우라나, 지금껏 쌓아놓은 브랜드의 인지도 모두 평가의 대상이다. 하지만 백화점의 한정된 공간을 점유한 댓가로 얼마만큼의 수익을 올렸는가가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모두다 여기에서 미끄러진다. 이반카는 대통령인 아버지로 인해, 오히려 이미지가 깍인 케이스다.
노드스트롬의 퇴출명령이 나오기 전, 사실 매출추이들을 살펴보다가 이반카 트럼프의 상품라인들이 '정말 힘든' 상황이란 걸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온라인 몰에서 이반카 제품의 매출하락은 선명했다. 2016년 1월 대비, 26퍼센트의 매출이 떨어졌다. 노드스트롬의 4분기 매출은 무려 63퍼센트가 떨어졌고 4위권인 자포스에서는 43퍼센트, 아마존에서는 전년대비 31퍼센트가 떨어졌다. 이반카가 미운털이 많이 박히게 된 것일까? 물론 불매운동의 여파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 추정해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반카 제품 라인 전반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반카 트럼프의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가 한달음에 내쳐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가리켜 '정치적 공격' 이라 일갈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선택되지 못한 브랜드의 퇴출은 자본주의의 당연한 귀결이지 않은가. 요즘 부쩍 패션이 정치와 연결되는 비율이 높아졌다. 뉴욕을 비롯한 패션위크에도 다시 정치적 구호를 담은 티셔츠들이 등장하고, 자하 하디드는 아예 트럼프 체계에 대한 비판을 작심한 듯, 백색의 밴데나를 팔목에 묶고 나왔다. 트럼프가 아무리 미국의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내치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포용하지 못하는 있는 지금, 가뜩이나 트럼프 당선에 대해 불만이 많은 이들이 백화점을 상대로 불매를 철저하게 벌였다는 건 놀랍다.
이반카의 제품은 짝퉁냄새가 많이 났다. 샤넬에서 나온 투톤의 슬링백 슈즈를 거의 베꼈고, 옆 사이드 패널을 키운 핸드백은 셀린의 트라페즈 토트백과 흡사했다. 한 마디로 디자인의 영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반카는 아버지의 후광과 미모, 뛰어난 패션감각을 가진 셀럽이긴 했다. 하지만 정치를 이용해, 타인의 소비를 이끌어내는게 쉽지 않다는 걸 배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결국은 큐레이터에 가까운 미적 감성과, 그 미감을 물질화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빅토리아 베컴을 보라. 유명 그룹 스파이스 걸스 출신의 가수이자 모델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굳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도 되잖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패션 디자이나로 자리를 잡았다. 아니 확고부동한 결과값을 매년 패션위크에서 선보인다. 물론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도 많이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베컴은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는 체화된 디자인과, 삶에서 걸러낸 자신만의 내러티브가 옷에 하나씩 묻어나기 시작했다. 2012년 트위터에서 패션 위크 때 가장 많이 회자되고, 공감을 얻은 디자이너가 된 데는 다 이런 이유들이 있는 것이다. 정치는 패션이란 영역을 풀어나가는데 필요한 요소이긴 하다. 일반 정치가 패션의 매혹을 구매하는데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는 점을, 이반카 또한 이번엔 배웠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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