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보그 모델이 된 영국총리 테레사 메이-이 여자의 패션을 주목한다

패션 큐레이터 2017. 1. 17. 22:00



영국총리 테레사 메이가 미국판 보그의 4월호 표지 모델이 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80년대, 마거릿 대처가 영국사회에 '사회의 상층부에 근접'하는 여성들의 파워 드레싱을 보여주었다면, 현재 테레사 메이 총리는 영국을 넘어 미국판 보그의 표지까지 차지했다. 총리가 미국판 보그의 모델인 된 것은 최초다. 그만큼 남다른 패션감각, 옷을 스타일링하는 나름의 철학을 가진 정치가이다. 그녀는 비비엔 웨스트우드나 롤랑 뮤레, 아만다 웨이클리같은 영국 패션 디자이너의 옷을 소화해내며, 한편으로 대중적인 브랜드인 러셀 앤 브롬리나 L.K 베네트에서도 옷을 잘 산다고. 이런 방식으로 영국패션의 장점과 매력을 세계에 알린다. 그나저나 저렴한 옷과 디자이너 옷을 잘 결합해서 입는 멋진 감각이 부럽기만 하다. 



정치가로서, 파워 드레싱의 미학을 몸소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정치인의 패션에 언론이 관심을 보이는 문제에 대해 남성중심적 시각이란 관점에서 비판한다. 물론 맞다. 하지만 남성/여성이란 이분법을 넘어, 정치를 지향하고 권력을 조율하는 집단의 인간일수록, 패션이란 외적으로 드러나는 일련의 수사학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준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패션매거진은 남성 정치인의 패션에 대해서도 대서특필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기사가 없었던 것은, 그만큼 감각있게 옷을 잘 소화해낸 정치가가 가뭄에 콩나듯 해서다. 최근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파헤치는 박영수 특검팀에 대해, 국민의 뜨거운 염원이 더해지면서,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이규철 특검보의 패션이 회자되고 있다. 이 특검보는 늘씬한 맞춤새의 코트를 잘 입어서 눈에 띤다. 게다가 머플러와 넥타이, 가방의 색까지 코트에 맞게 배열하는 감각까지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의 코트빨(?) 하나 때문에 법조인에 대해 대중이 갖는 느낌이 변할 수 있다면, 올 블랙의 전문화되고 근엄한 세계만이 전부일 것 같아서,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법이란 거대담론을 다루는 집단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말이다. 어떤 특정집단의 옷차림은 그 자체로 유니폼이 된다. 하나의 형태를 의미하는 유니폼은 그저 운동선수들이나 보수적인 은행권 창구직원들과 항공사 스튜어디스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집단에 속하고, 그 집단의 미학과 가치를 옷을 통해 보여주기 위해, 특정한 칼라와 디자인의 옷을 선택하는 그 순간, 그 옷은 일련의 유니폼이 되는 것이다. 



정치는 고도의 계산이다. 국가 외적인 일을 다루는 외교관에게도, 르네상스 이후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패션은 항상 외교의 책략 중 일부였으며, 내적인 행정을 보여야 하는 정치인에게도 패션은 전략적 산물이다. 오늘날 남성들의 클래식이 된 정장 수트가 실제로는 영국의 청교도 혁명 이후, 패션의 유행에 사로잡혀, 사치에 빠진 귀족들에게,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티 패션의 형태로 등장한 것임을 알 필요가 있다. 왕에게 정장은 다시 한번 프로테스탄트의 근검과 절약, 무엇보다 국가의 예산을 쓸모없는 패션에 소비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패션은 시대의 정서와 이해갈등, 다양한 문화적 의미들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영국의 총리 테레사 메이는 자신의 패션에 대해 '여성정치인으로서, 카리스마와 함께 여성미도 함께 보여줌'으로써, 여성총리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와 열망을 확장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정치인의 패션을 흔히 파워 드레싱이라고 부른다. 복식사에서는 1980년대 어깨에 힘을 팍 준 패션을 흔히 파워 숄더니 파워 드레싱이니 하지만, 이건 복식의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저널리스트들의 단견이다. 파워 드레싱은 이미 르네상스부터, 일련의 궁정을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가 형성된 사회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권력의 상과 하부에 자신을 어떻게 보이면, '자신의 효능감'을 더욱 크게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나온 산물이다. 



여성총리란 이름을 붙이기 전에, 그녀 스스로, 여성으로서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자꾸 여성 정치인들의 패션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는 것에는, 여성에게 남성과 동일한 기준의 근엄함 같은 것을 요구하는 태도가 자리한다. 여성 정치인이 아름다움에 대한 태도를 정치적 미감과 연결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3년간 4억원 가까이 옷값을 쓰고도, 보그에서 불러주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과는 너무나 비교가 되는 그녀. 이번 화보는 미국판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가 직접 디렉팅을 맡았다. 트럼프를 너무나도 싫어했던 그녀답게, 보그 표지 모델로 테레사 메이를 세운 건, 일종의 선방이라는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애니 래보비츠도 행복하게 영국 총리의 공식별장인 체커스에서 촬영작업에 임했다고.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4월호 아메리칸 보그는 꼭 사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