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패션공부가 그저 옷의 스타일링, 멋지게 옷입기, 이런 주제를 넘어서 역으로 우리의 인문학적 접근을 견고하게 만들거나 혹은 좋은 만남의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믿는 쪽이다. 그리스와 로마를 포함한 고전고대의 문헌들을 옷이란 관점에서 읽으면 정말 놀랍다. 비르길리우스가 쓴 <아에네이스>를 그렇게 읽었다. 지난 수 년간 르네상스 복식사 공부를 문화사와 함께 하다보니, 읽고 싶은 문학작품들이 넘쳐난다. 언젠가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렇게 읽어야겠다 마음을 먹는다. 이번에 햄릿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연기전공을 하면서, 세익스피어를 읽지 않은 이들은 없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연극은, 무대구성이나 극단조성, 관객들을 모으는 방식, 배우들의 발성과 연기법, 캐릭터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기에 더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세익스피어의 글들을 읽고 있으면, 살아있는 복식사의 교과서를 문학으로 만나는 느낌이다. 햄릿과 베니스의 상인, 로미오와 줄리엣, 십이야, 도대체가 복식사와 문화사를 공부하면 할 수록 이렇게 재미있나 하는 생각에 눈을 못감겠다. 힘들어도 달려봐야지. 먼 길을 가려면 친구와 함께 가는게 좋다는데, 창비에서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한 달에 한번씩이라도 모여서 함께 읽고 토론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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