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너 주의 사우스 밴드에 있는 문화유산박물관에서 내년 1월까지 열리는 <Dressing Downtown>은 드라마 다운튼 애비에 나온 화려한 옷들을 전시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20세기 초반의 패션을 볼 수 있어 좋다. 그랜섬 백작 가의 3자매의 작위와 재산상속을 소재로 시대의 이미지들을 그리는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고정팬이 있을 정도로 시즌을 더해가며 인기를 얻고 있다.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영국식 영어의 액센트며 표현법들을 듣는 재미가 좋아 조금씩 살펴봤다. 하지만 드라마를 볼 수록 시대의 변화하는 양상에 따라, 주인공들의 옷차림이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드라마에서 꽤 정교하게 묘사되기에, 각 상황별로 그들이 입은 옷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패션에서 영국의 에드워디안 시대의 복장을 공부할 수 있는 최고의 교과서다. 드라마에서 다루는 역사적 사실들도 중량감이 큰 사건들이 많다. 타이타닉 호의 침몰에서 부터 1차 세계대전, 스페인 인플루엔자, 마르코니 스캔들에 이어 시즌 2에서는 아일랜드 독립전쟁 1923년 영국의 일반선거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의 정서적인 감도에 영향을 미친 사건들과 맞물린 인물들의 삶, 그들의 고뇌가 잘 그려진다. 문화유산박물관 측에 도록을 부탁했다. 드라마 상에서 재현된 옷들을 보는 것이지만, 실제로 이런 전시를 할 수 있는 박물관 측이 부럽고, 무엇보다 드라마를 시즌별로 거대한 역사적 내러티브로 사용하여, 여기에 옷이란 사물로 틀을 잡은 것이 참 좋다.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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