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인스퍼레이션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 2016 참관 후기

패션 큐레이터 2016. 12. 11. 22:27



코엑스에서 열린 2016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옆에서는 공예 트렌트 페어를 했다. 두 개의 페어를 적정하게 시간을 안배해가며 보는게 쉽진 않았지만, 눈에 아른거리는 제품들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디자인 페스티벌은 실제 부스에서 보는 제품의 퀄리티보다, 주최측이 나름 신경을 써서 유치하는 심포지엄들이 괜찮아서 유료 강연들을 들으러 다녔다. 




CLOUD-9 스튜디오의 대표인 카린 안 레일라스담의 네덜란드의 북유럽 디자인과 핸드크레프트의 관계와 다양한 디자인적 실천과 실험에 관한 이야기며, 일본의 무인양품 회장으로 있는 마사아키 카아니의 '무인양품디자인의 철학' 또한 들을 만 했다. 사실 이미 공개된 각 기업의 실천양상에 대해서는잘 알고 있는 바이지만, 항상 이런 심포지엄은 지금껏 가졌던 생각들을 정리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무인양품을 좋아하지만, 디자인 기업의 사례와 그 분석방식, 지금껏 향유되는 분석의 언어들에 대해서는 다소 진부한 느낌을 갖고 있다. 그만큼 사례란 것은 항상 누적된 것들을 되돌아보며 언어로 표명해서 입힌 하나의 옷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사례를 통해 '나의 것'을 생각하기 보다, '저들의 방식'을 수입하는데만 관심을 갖는다. 디자인 책을 읽을 때마다 사례를남발하지만, 실제로는 디자인 원론에서 배우는 가르침의 반복에 불과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세상 모두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과연 디자이너와 그 직능이 '전문화된 영역'으로 얼마나 강력한 힘을 미래에도 발휘할 수 있을까? 나는 분명 그 힘을 발휘하리라고 믿는다. 세상이 '모두가 디자이너가 되는 시대' 혹은 '큐레이션의 시대'란 버즈워드를 유행시키지만 실제로는 대중의 인식 속에서 행위의 실천과 변모와 연결되지 않는다. 이미 틀과 방법론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자신의 작은 생각'을 덧붙여 제품을 '사인화'하는 방향 정도로 밖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걸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패션과 디자인 영역에서 이러한 고객참여형 핸드 크레프트의 경험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최근의 조류다. 일본의 백화점들이 패션잡화 매장들을 이런 식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번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본 오스트리아의 제품은 놀랍다. 아기들이 가지고 놀수 있는 아니 작업을 할 수 있는 절삭공구들이었다. 오스트리아는 세계적으로 절삭기술이 뛰어난 나라다. 스와로브스키가 태어난 나라답게 . 나는 디자인은 그것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과 삶의 방식,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발화하는 언어의 결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시대, 우리들의 디자인은 과연 이런 철학을 유지하고 있는걸까? 큰 질문을 던져놓고 나니 나 스스로 부터 되돌아보게 된다. 어느 한 시대의 지배적인 코드를 새롭게 활용하거나, 과거로 부터 누적된 삶의 대안을 현실화하거나, 아름다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에 균열을 내거나, 혹은 다양한 사고방식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디자인을 활용하는 일. 누가 뭐래도 '디자인'이란 거대한 영역이 풀어내고, 앞으로도 해나가야 할 세계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