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박근혜의 순장조를 위한 그림-'대통령을 묻어야 할 시간'

패션 큐레이터 2016. 11. 25. 17:24



오드 너드럼 '동이 트는 시간' 1990년, 캔버스에 유채


순장조를 위하여 

한 장의 그림으로 세상을 읽는 시간. 오늘은 노르웨이의 현대 화가 오드 너드럼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최순실 게이트의 실제 몸통이 현 박근혜씨란 것이 하나씩 꺼풀을 벗어가는 지금, 국민들의 자발적인 촛불은 이제 시민혁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침해당하고 있었던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외치며 사람들은 광장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진정한 우리나라의 혁명을 위해 동트는 새벽을 만드는 이들입니다. 지금껏 검찰과 언론, 재벌이 한 몸이 되어, 국민의 눈을 멀게하고, 하늘만 멍하니 볼 수 밖에 없었던 우리들에게 주어진 기적의 시간입니다. 



오드 너드럼 '먼지를 핥는 자들' 2005년, 캔버스에 유채 


오드 너드럼은 올해 74세로, 비유적인 의미를 담은 그림을 자주 그렸어요. 렘브란트와 카라밧지오 같은 바로크 시대의 거장들의 화풍에서 영향을 받은 그의 그림 속엔 강렬한 대비감, 빛과 어둠의 길항작용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전반에 나타난 취향을 신 바로크 풍이라고 부른답니다. 그림을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은, 빛이 강할수록 그 이면의 어둠과 그림자가 더욱 깊게 드리워진다는 것이겠지요. 현 정권이 그랬습니다. 각종 언론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어 굴복시키고,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키려했던 기자들을 무수히 해직시키며, 자신들의 허명을, 거짓 영광을 드러내는데 갖은 기술을 다 썼던 정권이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먼지를 핥는 자들'은 바로 현 정권과 함께 순장해야 할 이들의 앞날에 대해 정확하게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국민들은 저들이 기름진 욕망의 성을 쌓을 때, 가장 밑바닥의 부스러기를 핥기 위해 지표면을 핥아야 했습니다. 이제 그 위치가 바뀌겠네요. 이것은 그저 자리배치의 뒤바뀜이 아닙니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이었던 부패의 사슬을 끊고, 한국사회의 정당성을 재확인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오드 너드럼 <순장 Buried Alive> 1966년 캔버스에 유채 


오드 너드럼의 1966년작 <순장>을 볼 때마다 생각합니다. 순장이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왕이나 귀족이 죽었을 때 그의 아내나 신하 또는 종들을 함께 매장하는고대 장례 풍속을 말합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허망함과 분노, 국가의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탄핵이 임박한 지금, 여전히 대통령을 보위하며 뻔뻔스레 행동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대통령과 함께 묻어야 할 '순장조'라 부르지요. 대통령을 퇴진과 탄핵을 외치는 국민들을 향해 예수를 팔아넘긴 '가롯유다'에 비유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적법한 검찰의 수사협조요청을 '여성의 사생활'을 운운하며 피해가는 이도 있지요. 어디 이뿐인가요? 소년급제하고 세상에 두려울게 없었던 민정수석도 있고요. 하나하나 이 땅의 공의를 되살리기 위해, 정말 순장을 해야 할 이들의 리스트가 하나씩 늘어나는 요즘, 저는 오드 너드럼의 그림을 보며 마음 깊은 울분을 삭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