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인스퍼레이션

러시아, 유럽 패션의 또 다른 DNA를 찾아서

패션 큐레이터 2016. 11. 22. 11:17



샤넬에 대한 공부를 하다보면, 20세기 초,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하여 발레 뤼스와 같은 러시아 망명자들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부분들과 만나게 된다. 문화사 공부를 하면서 이쪽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읽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한 권의 책을 통해 더 깊이 공부하게 되었다. Beauty In Exile 은 바로 문화사 연구에서 러시아와 서구 유럽패션의 연결고리가 되는 다양한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피해 세계 곳곳으로 달아난 구 러시아 시대의 귀족들은 중국과 유럽, 미국으로 망명했다. 이들은 베를린과 콘스탄티노플, 파리, 뉴욕과 같은 세계의 중심도시들의 문화적 지형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이들 지식인, 예술가, 귀족들의 패션또한 서구에 큰 충격이었다. Beauty In Exile 은 하루 아침에 갖은 구 체제의 특권이라는 망토를 벗어버린 금수저들의 삶을 다룬다. 이들 또한 새로운 나라에서 먹고 살아야 했고, 이들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인 패션과 뷰티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제정 러시아 시대, 괴승 라스푸틴을 암살했던 이들 중 한명인 펠릭스 유슈포프와 그의 아내 이리나 로마노바는 IRFE라는 패션하우스를 세웠고, 구 러시아의 가장 유서깊은 귀족가문 출신인 올가 이트로바는 란제리 하우스를 세운다. 이외에도 공부할 내용들이 많다. 


절판된 책을 찾아, 아마존으로 받느라 엄청난 돈이 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과 패션의 수도 파리의 감성이 하나로 융합되는 과정을 공부하는 것, 그 자체가 꼼꼼하게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아서 흥미롭다. 오늘날의 서구 패션에 용해된 러시아 시크의 뿌리를 찾는 다고나 할까?  또 함께 구한 Portrait of Fashion 은 런던 국립 초상화 박물관에 있는 초상화 중 패션을 언급할만한 멋진 작품들을 재선별해서 새로 내놓은 책이다. 이전판과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어서 약간 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