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이 요즘 뜨겁다. 수제화의 거리에서 다양한 카페는 물론 멋스런 문화적 요구에 상응하는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패션에 민감한 이들에겐 '뜨는' 동네가 되고 있다. 이 성수동을 디자인을 통해 부활시키려는 일련의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 성수소설패션프로젝트라는 이 프로젝트는 친환경과 패션의 윤리학적 실천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감행한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프로젝트다. 사실 2008년에 모 미술관에서 친환경/공정무역을 테마로 전시를 해보고 싶었으나 한 마디로 '돈이 안된다'는 평가에 포기해야 했던 적이 있다. 다행히 2009년 경기도 미술관에서 <패션의 윤리학 : 착하게 입자>전을 열었다.
이 전시의 기획자였던 황록주 큐레이터는 차분하게 당시에 부상하고 있던 유럽의 패션의 윤리학적 실천의 양상들을 잘 담아냈다. 나 또한 도록에 작은 글로써 기획자의 멋진 생각에 동참했다. 이날 성수소셜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패션을 통해 세상보기>의 4회차 강의 중 첫번째 강의를 맡았다. 주제는 슬로우 패션이었는데, 사실 이 단어가 패션의 윤리학, 공정무역, 지속가능성 패션과 혼재되어 쓰는 개념이기도 하고, 패션계 내부에서도 각 단어의 외연을 서로 확장하려다보니 겹치는 영역이 되어버렸다. 중요한 건 속도의 시대가 아닌, 방향의 시대가 되어야 하고 패션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고 '한 벌의 옷'을 사랑하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사회와 조화적 관계를 이룰 것인지에 대한 정신의 풍향계를 각자 가질 것인지를 묻는 시간이었다.
강의 전 우연하게 경향신문의 문화부 차장님과 인터뷰를 했다. 무엇보다 이 행사에 대한 취지와 패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 드릴 수 있었기에 나에게도 의미깊은 인터뷰 시간이 되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패션 레볼루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옷의 본질을 풀어가는 8개의 단어들을 하나씩 역사적으로 살펴보았으며, 친환경과 공정무역, 지속가능성, 패션의 업사이클 운동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만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다. 경기도 미술관의 <패션의 윤리학전>에 소개된 작품들도 함께 소개했다. 2009년에 우리가 이런 전시를 열었다는게 참 자랑스러웠다. 큐레이터의 혜안이 넘치는 것이겠지만.
패션전시는 그저 한 벌의 옷을 나열하고, 디자이너의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사용되는 전술이 아니다. 패션의 본질을 물으며, 그것이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내야 한다. 런던에 이어 서울에서도 패션위크에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의 개념을 묻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시작이다. 작은 도움이라도 함께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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