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패션의 윤리학-자라ZARA의 동참이 기쁘다

패션 큐레이터 2016. 10. 6. 15:59



패션, 인간을 지향하다


전 지구적 생태를 생각하며, 산업전반의 체계와 과정을 되돌아보려는 노력이 패션계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패션의 윤리학적 접근은 생산과정에서 가장 많은 폐기물을 양산하는 패션 프로세스에 대한 반성이다. 서울패션위크가 곧 시작한다.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색채를 띨 것 같다. 세계적인 런던패션위크에는 에스테티카라는 윤리적 패션 전시가 매년 따른다. 전시를 통해 패션의 전 지구적 영향력에 대해 고민해온 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한다. 친환경과 노동조건에 대한 반성, 수익창출을 위해 표준화된 글로벌 전략으로 3국의 현지문화를 수탈해온 점, 옷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의 문제,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옷의 수면을 연장하는 일 등, 많은 고민거리들을 함께 사유한다.



패스트 패션을 통해 우리는 트렌드에 따라 속도감있는 적응이 가능하면서도 저렴한 옷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지구 생태에 비치는 영향이 너무 커졌다. 3퍼센트의 면화 경작을 위해 호수가 하나씩 없어지고, 각종 폐기물의 소각과정에서 나오는 환경 호르몬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중국에서 데님을 제작하고 영국으로 유통하는데 드는 비용은 단돈 400원이지만, 콘테이너를 통해 건너오면서 발산하는 환경오염유발비용이 원가에 고려되지 않은 터라, 사회에 전가되는 상황이다. 사회적 비용의 발생을 패션이 메우지 않았던 것이다. 



공정무역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전략이란 미명하에, 현지의 장인기술의 맥락이 끊어지는 일은 흔해졌다.  한국에서 최근 성수지역을 중심으로 소셜패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강의도 다녀왔다. 120여명의 대중들과 함께 소셜패션의 미래와 역할, 그 의미에 대해 함께 나누었다. 성수지역은 수제화의 거리이자, 오랜 시간 가죽과 구두제작 기술의 장인들이 명맥을 이어오며, 자신의 기술을 전수할 후계자들을 애타게 찾고 있는 곳이다. 패스트 패션에 저항하는 슬로우 패션, 재활용을 통한 연장수명을 고려하는 지속가능성 패션, 이외에도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패션의 윤리학적 관점이 혼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패션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라ZARA,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최근 자라는 지속가능성 패션의 개념을 염두에 둔 라인을 발표했다. 그 이름은 Join Life,  생명에 동참하세요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여성을 포용하기 위한 라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H&M은 이미 환경과 패션의 조화를 고려한 "Conscious" 컬렉션을 내놓았고, 탑샵(Topshop)은 업사이클 제품 라인인 "Reclaim"을 출시했다. ASOS도 공정무역에 기반한 Africa 제품군을, 심지어 Forever 21조차 유기농 면으로 만든 레깅스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자라ZARA가 지속가능한 패스트 패션의 문법을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재활용한 울과 유기농 면을 이용했고, 남성복 라인을 위해 나무의 펄프를 이용해 만든 친환경 소재인 텐셀을 이용했다. 광물질의 색조를 띤 색채 팔레트를 적용했고 견고한 느낌의 실루엣을 투영해 라인 특유의 철학을 담으려고 했다. 



사람들은 이제 옷을 살 때, 그 옷을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노동환경에서 제작된 옷인지, 따져묻기 시작했다. 패션 레볼류션이라 불리는 캠페인이 소비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데는 방글라데시의 라자에서 발생한 한 사건 때문이었다.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우리가 빈티지한 느낌의 데님을 만들기 위해, 모래를 분사해 표면처리를 하는, 샌드 블래스팅(Sand Blasting) 방식 때문에 진폐증에 걸린 노동자들이 쓰러져가는 그곳에서, 건물이 무너저 1200여 명 이상이 사망하고 2500여명의 의류 노동자들이 크게 다쳤다. 


자라는 환경 라인을 발표하면서 1년에 1억벌 이상의 옷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긴급한 사회적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은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과정을 성찰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그 오래전 발화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서울패션위크에도 윤리적 패션쇼가 반영된다. 친환경 소재인 옥수수 전분으로 웨딩 드레스를 만들어왔던 이경재 디자이너의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드디어 무대에 선다. 런던 패션위크에서 항상 윤리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프로젝트로 시행했던 것들을 이제는 우리도 첫삽을 뜬 거다. 패션도 '옳음'과 '이상향'에 대한 생각을 한다. 찬란한 변화는 기다리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지금(mode)이란 뜻의 패션의 현장에서 실천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