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패션의 미래를 생각한다

패션 큐레이터 2016. 8. 9. 17:32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님께 사퇴를 권함


인터넷이 이화여대 학생들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건 반대투쟁으로 뜨겁습니다. 우선 제 인사부터 드리지요. 총장님, 저는 패션큐레이터 김홍기입니다. 패션을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독립 큐레이터이자 패션이론과 역사를 강의하며 대중과 만납니다. 제가 펜을 든 것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반대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있어서에요. 


제 관점에서 속이 상한 건, 미래라이프 대학의 커리큘럼이었습니다. 저는 패션을 가르친다고 성역할을 고착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패션의 미래는 고정된 성역할을 깨야만 해낼 수 있는 일로 가득합니다. 다만 패션의 미래와 그 방향성을 감지하지 못한 채, 기존의 캐캐묵은 커리큘럼을 가져와서 미용전문인, 패션 전문인을 키우겠다고 말씀하시니 화가 납니다. 평생교육원은 이제 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도 차고 넘쳐요. 패션관련 교육기능을 대체하는 수많은 학원들, 유학, 여기에 대학들이 돈 벌려고 만들어놓은 평생교육원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미래의 패션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보셨습니까? 올해 라스베가스 소비가전쇼에는 웨어러블 테크놀로지가 18퍼센트로 비중이 늘었습니다. 해마다 지수적 증가세를 보입니다. 몸에 차기만 하면, 내 몸의 변화를 수치로 설명해주는 웨어러블 테크놀로지는 이제 기본이 되어가고요. 이번에는 입으면 화재시에 몸을 보호해주는 피막까지 나왔더군요. 이제 전자회사가 패션회사를 합병하게 될 날이 올겁니다. 그만큼 패션은 우리사회의 모든 기술이 중첩되는 첨병이지요. 인간에게 최첨단의 제2의 피부를 만드는 시대가 왔음에도, 대학에서 가르치는 의상학의 수준은 과거의 재봉틀을 돌리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현업에서 일해온 이들을 흡수하시겠다면서요? 현장에서 다 배운 친구들을 그 비싼 등록금을 받고 받아들일 땐, 현장에서도 배워보지 못했던 패션의 이상을 가르쳐야죠. 앞으로의 패션을 진두지휘하려면, 문사철은 기본이고, 각종 화학과 전자기술, 생태윤리가 결합된 융합형 지식을 가져야 해요. 이제 더 이상 우븐으로 만드는 패션의 시대가 아니라, 전자가 인간의 피부가 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총장이 외부로비로 돈만 타오는 일을 하는 존재가 아니지 않나요? 미래의 라이프를 생각한다면서, 정작 미래의 패션방향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과만 만들어 돈만 받아내면 된다는 겁니까?


의상학과 나와서 학위만 있고 자리 못잡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현장에선 일하기 두렵고 할 용기도 없는 사람들, 괜히 대학에서 타이틀 만들어서 흡수하는 일 이제 그만하세요. 그리고 학생들 요구대로 빨리 사퇴하세요. 미래 라이프를 흡수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교육의 체계와 방법론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걸 못하시는 분이 왜 그곳에 계시나요?